[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 2022.12.12. |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6%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최근 경기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8일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지난달 경제동향에선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경기둔화 ‘가시화’를 언급하며 상황이 한층 어려워졌음을 내비쳤다.
KDI는 최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대외 수요 부진에 따른 큰 폭의 수출 감소가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출은 549억9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9.5% 감소했고 수입은 596억8000만달러로 2.4% 줄었다. 같은 달 무역수지는 46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9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아울러 KDI는 “대내외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파급됨에 따라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4.25~4.5%까지 끌어올렸는데 올해에도 당분간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3.25%까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했는데 오는 13일 예정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금리를 3.5%로 재차 높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KDI가 밝힌 대로 우리나라 경기 하방 압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KDI는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해선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지속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면서 주요 기관의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KDI가 인용한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성장률(주요 기관의 전망치 중간값)은 지난해 6월 기준 3.2%에서 12월 기준 2.1%로 크게 낮아졌다. KDI는 미국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낮은 성장세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정책적 지원에도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주요 경제지표 부진이 심화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어려움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6%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한은(1.7%), KDI(1.8%)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주요 기관의 전망치 중간값)는 1.7%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정부보다 올해 성장률이 더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이 응답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1.5% 구간의 응답 비율이 30.6%로 가장 높았다. 이어 1.5~2% 구간은 28.8%, 0.5~1.0% 구간은 15.4%였고 역성장을 전망한 기업도 8.8%에 달했다. 전체 응답 결과의 가중평균값은 1.16%로 정부 전망치보다 크게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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