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라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앞다퉈 금을 사들였다. 가격도 고공행진했지만 잠시였다. ‘킹달러’ 현상과 경기침체 공포가 뒤덮으며 금 가격은 줄곧 하락했다.
최근 들어 금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각 국의 중앙은행들까지 앞다퉈 금을 사들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서 금의 매력이 더 ‘반짝’일 것이라고 금융투자업계는 내다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금 가격은 온스당 1859달러로 지난해 6월10일(1875.5달러)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금 가격은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크게 뛰었다. 지난해 3월8일 온스당 2046.3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 여파로 같은해 10월 1600달러 선까지 밀렸다.
최근의 상승세는 달러화 약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유동성 축소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110포인트를 웃돌았으나 올들어 104포인트 선으로 떨어졌다.
금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으론 달러화 가치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과 실질금리 변화 등도 함께 꼽힌다. 지난해 3분기부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세계 금 협회(WGC)와 KB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량은 399.3톤으로 전년 동기(90.6톤)보다 약 341% 증가했다. 주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였다. 국가별로 튀르키예 31.1톤, 우즈베키스탄 26.1톤, 인도 17.5톤, 카타르 14.8톤 등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주로 신흥국 시장에서의 금 매수 확대는 인플레이션 헷지(위험 회피) 수요와 자국 통화가치 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수요로 인한 것”이라며 “올해까지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값과 반대되는 흐름을 보이는 실질금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 상반기를 끝으로 사이클이 끝나면 실질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실질금리 지표로 사용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수익률은 지난 4일 기준으로 1.47%로 1년 전(-0.82%)보다 약 2.29% 올랐다.
금값 상승 랠리, 시작도 안 했다…골드만삭스 “2250달러까지 갈 수도”
시장에선 향후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실질금리,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최후의 기축통화’로서의 금의 매력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보여서다. 금값이 급등했던 1970년대 후반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기상황이 모두 불투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론적으로 금은 공급제한성을 가진 실물자산이자 내재가치가 있는 화폐자산으로 본질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가격이 상승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헷지 수요가 유입되면 그 수준 이상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현재도 금값이 오르고 있지만 상승 랠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게 국내외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외국계 투자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 2분기부터 금 가격이 본격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의 매파적인 금리인상이 올해 정점을 찍고 중앙은행이 정책을 선회한다면 금 투자자들이 새롭게 시장으로 진입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외 금융투자사들은 올해 금 가격이 온스당 1950~20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기가 경착륙하면 온스당 최대 225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대로 금 가격이 상승하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강한 경기침체를 겪게 된다면 금 가격이 온스당 225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매파적인 정책을 내놓는다면 15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신흥국 중앙은행의 수요가 금 가격의 하방경직성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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