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재진입 카드로 ‘고팍스’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바이낸스가 일본 거래소 지분을 흡수하며 진출로를 마련한 만큼, 고팍스 인수가 실현되면 동아시아 시장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해 11월 말 고팍스에 인수 관련 제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고팍스는 세계 2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신청으로 자사 예치서비스 ‘고파이’의 투자금 상환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팍스는 지난달 31일 공지를 통해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 실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양사 간 협의가 대부분 이뤄졌다”며 “현재 진행 중인 협의에는 고파이 금액 전체 상환 물량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미 몇 달 전부터 바이낸스의 인수설이 지속된 만큼 고팍스가 언급한 업체가 바이낸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왔다. 다만, 고팍스 측은 “계약 조항상 문제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11월 일본 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EBC)의 지분 100%를 사들이며 인수작업을 완료했다. 일본은 가상자산 상장 여부를 금융당국이 직접 판단, 화이트리스트 등으로 관리해 심사를 통과해야 상장할 수 있다. 신규 거래소가 진입하기에는 규제가 까다로워 현지 거래소를 인수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국내 규제상 해외거래소가 한국에서 거래소를 따로 만들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원화 마켓 연결까지도 쉽지 않은데 고팍스는 이미 원화 마켓이 열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가 이뤄진다면 바이낸스엔 국내 진출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물 위주인 국내 거래소와 다르게 바이낸스는 선물 등 상품 거래가 지원되기 때문에 관련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중국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당국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 국내 한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선물 상품이 거래되려면 코인이 기초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당국 기조는 아직 코인 옵션상품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며 “고팍스 인수가 성사된다고 가정하면 바이낸스의 동아시아 시장 지배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수시 국내 당국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비트가 국내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는 사실상의 독주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인수만 되고 별다른 서비스 연동이 없다면 변화는 미미할 수 있다”면서도 “오더북(호가창) 공유(가상자산 사업자가 자사 고객과 다른 사업자 고객 간 거래를 중개), 상품거래 중개 등 협업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오더북 공유만 이뤄져도 큰 유동성 공급으로 업비트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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