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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800억 손배소 피소…입장 유리하자 계약 파기한 ‘대가’?

AP신문 조회수  

[AP신문 = 배두열 기자]  유한양행(대표 조욱제)이 신약 공동개발 계획을 해지해 같이 개발하자고 손잡은 의료 전문가로부터 8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이번 손배소는 유한양행이 기술을 거의 다 익혔으니 더 이상 계약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데서 나온 계약해지일 수 있는데 대한 징벌적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제약 모범기업 평가가 무색해진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 28일 공시를 통해 원고인 서울 성의학클리닉 설현욱 원장이 최근 손배소(사건번호 2019가합591155) 청구 취지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는 오는 11일 1심 결심 공판을 개최한다.

공동개발자인 설 원장은 유한양행이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을 위반한 등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액을 더욱 증액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유한양행은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고 유불리에 따라 계약을 파기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고 이는 기업윤리가 바로 섰다는 유한양행의 이미지가 허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공시내용을 보면 성 전문의인 설 원장은 “800억원 중 10억원에 대해서는 이 사건 소장 송달일 다음부터 다 갚는 날까지, 290억원에 대해서는 지난 11월 16일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500억원에 12월 26일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는 유한양행의 지난 2021년 기준 자기자본 대비 4.13%에 달하는 규모다. 설 원장은 아울러 피고인 유한양행이 소송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 동장구 대방동에 위치한 유한양행 본사사옥. (사진=유한양행)
서울 동장구 대방동에 위치한 유한양행 본사사옥. (사진=유한양행)

설원장은 신경과, 정신과 전문의로 국립경찰병원 신경정신과 과장, 서울의대 임상 교수를 지냈다. 그는 지난 2007년 10월 유한양행과 자체 개발한 조루 치료 신약 후보물질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09년 양측은‘조루증 치료를 위한 경구용 의약 조성물’ 특허를 공동 출원해 2013년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유한양행은 계약을 해지했다. 설 원장이 공동 특허권자로 있는 조루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이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가 이를 해지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설 원장은 이는 유한양행이 공동연구 및 기술 이전 계약에 관한 계약 위반이자 불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다 설 원장이 지난 26일 청구취지 변경을 신청한 것이다.

유한양행 조욱제 대표.
유한양행 조욱제 대표.

최근 설 원장은 이번 청구 취지 변경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의미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 원장은 소송규모가 큰 만큼 거액의 인지대 부담이 따른다는 고민도 털어놓았다. 유한양행과의 공동개발 계약과 관련한 손해감정 평가에서 자신의 조루 신약 가치가 2900억원으로 책정됐고 약 15억원 이상의 인지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운영하고 있는 성아카데미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을 상대로 펀드식 투자를 모집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1000만~1억원 이하다. 설 원장 측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케이씨엘과 법무법인 태평양, 유한양행 측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화우다.

유한양행 측은 현 시점에서 설 원장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반박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그의 주장에 대해 청구금액이 거액인 점을 고려할 때 명확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재판에서 자사 입장을 소명하고 소송대리인을 통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유한양행은 뇌 질환 신약후보물질 기술도입·공동연구개발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0년 2월 산학융합 뇌질환 R&BD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성균관 대학교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와 뇌질환 신약후보물질 기술도입·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위한 3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당시 유한양행 측은 “전임상에 들어가기 전 후보물질 탐색과정에서 유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12억원의 계약금 손해에도 후보물질 도입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임뉴런은 유한양행으로부터 수령한 계약금 12억 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으며, 유한양행도 아임뉴런에 추가 기술료를 지급할 의무가 사라졌다.

유한양행이 공동개발이나 독자개발에 의한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만 바이오텍 3건의 계약을 체결해 40여 건의 바이오텍 R&D 투자를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 측은 공동연구를 통해 신규 KRAS 화합물에 대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전임상, 임상, 글로벌 사업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공동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어느 정도 습득한 후에는 계약의 신의성실 원칙을 깨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약업계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솔선수범하는 유한양행이 ‘기술도용’ 비난 소지도 없지 않은 이런 일방적 계약해지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P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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