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여의도 아파트 일대.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충격의 여파는 증권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투자심리가 차갑게 얼어붙은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증권사들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불안한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실물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남았다. 1일 머니투데이의 신년 증시 전망 릴레이에 인터뷰에 참여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도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에 무게를 둔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향후 2~3년 간 회복 어렵다”
집값 하락세는 서울, 지방 할 거 없이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다. 0%대 저금리와 유동성 덕분에 지난 2~3년 간 급등했던 집값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자마자 약세로 전환했다. 금리 부담에 매물은 증가했지만 수요는 실종됐다. 지난해 1~10월 전국 주택 매매건수는 80만7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7%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가장 부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에 더 노출된 상태다.
소득 대비 집값(PIR)은 지난해 5월 기준 7.5로 2008년말(3.8)보다 2배 가량 높다. 소득 대비 집값 수준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신규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반면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2008년 138%에서 2021년 207%로 급증했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가계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시장은 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2~3년 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개발 사이클이 돌아오는) 2020년대 후반쯤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PF 시장 균열…차별화 나타난다
부동산 경기는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약한 고리는 부동산 PF다. 그동안 증권사들의 주요 먹거리중 하나였던 부동산 PF가 이젠 독이 됐다. 부동산 투자심리 악화로 미분양이 급증하자 부동산 PF에도 문제가 생겼다. 시행사는 아파트 분양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데 분양이 안 되면 부동산 PF 상환에도 차질이 생긴다.
신용 리크스까지 불거지자 부동산 PF를 유동화한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 ABCP를 대거 인수하거나 신용보강한 증권사에도 유동성 문제가 생겼다.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위기는 여전히 남아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은)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일본처럼 10~20년 부동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하게 되면 브릿지론이 본PF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솎아내기가 있을 것”이라며 “사업성이 우량한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 간 차별화가 생기면서 실물시장은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소득·수요 견조
당분간 부동산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2008년처럼 경착륙이 오거나 일본 같은 장기 침체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주요 근거는 견조한 실질 소득과 물가다. KDI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실질 가계 최종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했다. 주거서비스 가격인 월세지수는 2021년부터 상승추세다. 주택 수요는 여전하다는 의미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오른다는 건 부동산에 투자할 때 기대수익률도 오른다는 의미”라며 “월세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경색은 나타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실수요가 아닌 투기자본에 의해 가격 상승이 나타난 지역이면 구조적 문제를 겪을 것”이라며 “서울 등 주요 대도심의 경우 어느 정도 조정이 진행되면 실수요가 가격을 방어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업용 부동산은 아직 유동성이 많이 남아있다”며 “강남 등 프라임 상권은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공실률도 5% 미만이어서 자산가치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