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 질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혈액 검사 키트에 대한 사용을 승인했다. 사진은 알츠하이머를 주제로 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한 장면./ⓒJTBC 드라마 영상 캡처 |
일본이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 질병 여부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혈액 검사 키트에 대한 사용을 승인했다. 피 몇 방울만 있으면 알츠하이머 진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한국의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에 해당하는 정부 부처)은 시스멕스와 에이사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진단 키트에 대한 사용 및 판매를 승인했다.
시스멕스는 일본 고베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 제조업체, 에이사이는 도쿄에 본사가 있는 제약사다. 이들 업체가 개발한 진단 키트는 혈액 내 아밀로이드 베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20분 내에 알츠하이머 여부를 가려낸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의 신경세포 흐름을 막는 비정상적인 단백질로 알츠하이머 질병의 지표가 된다.
알츠하이머 진단 키트를 개발한 일본 의료기기 제조업체 시스멕스/ⓒ시스멕스 홈페이지 |
일본 내 시판 시기는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다. 시스멕스 측은 “알츠하이머 진단 키트의 조기 출시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 키트가 일본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반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노령 치매(알츠하이머보다 더 넓은 범주) 환자가 5500만명에 달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이번 알츠하이머 혈액 진단 키트 사용 승인은 큰 의미가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무엇보다 저렴하고 간편하게 질병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알츠하이머 진행 여부는 문진과 테스트,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다소 복잡한 과정을 통해 진단이 이뤄진다.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지 않으면 검사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환자 입장에선 검사 자체는 물론 비용 면에서 부담이 컸다. 하지만 혈액 진단 키트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 질병에 대한 판단 과정이 획기적으로 간편해졌다.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질병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혈액 내 아밀로이드 베타 측정하는 방식의 진단키트가 나왔다. 일본에선 내년 5월쯤 이 키트의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
알츠하이머 진단 키트를 공동 개발한 에이사이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공동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레카네맙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신청, 내년 1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알츠하이머 진단 키트에 이어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까지 상용화될 경우 관련 시장 규모는 급성장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 자료를 인용해 알츠하이머 진단·치료제 시장이 2021년 70억달러(약 9조원)에서 2027년 96억달러(약 12조3000억원)로 커질 것이라고 봤다.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오는 2030년 8000만명, 2050년 1억50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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