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2월 20일까지 쌓인 무역적자가 500억달러에 육박했다.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한 셈이다.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도 3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12월 1~20일 수출은 33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조업일수(15.5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최근 1년새 8.8%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은 401억달러로 1.9% 증가했다. 이에 무역수지는 6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쌓인 무역적자는 490억달러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누적 무역적자가 400억달러대를 돌파한 건 1956년 무역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추세면 올해 연간 무역적자가 5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기존 연간 무역적자 최대치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기록한 206억2000만달러다.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은 에너지 가격에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수입액도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이다. 12월 1~20일 주요 수입 품목 중 원유(15.4%), 가스(100.7%), 석탄(14.1%) 등 3대 에너지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1월에도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55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1%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수출까지 지난 10월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효자 역할을 했던 반도체가 ‘역성장 늪’에 빠진 영향이 크다. 12월 1~20일 반도체 수출은 55억8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3%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밖에도 주요 수출 품목 중 철강(-17.4%), 무선통신기기(-43.8%),가전제품(-23.3%) 등이 감소세를 보였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교역도 위축됐다. 12월 1~20일 대중 수출은 71억9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6% 줄었다. 같은 기간 대중 수입은 80억4500만달러로 11.6% 감소했다.
무역이 구조적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적인 수출 실적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수출 부진은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 외환 조달 차질로 이어져 경기 하강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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