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MSD와 모더나의 mRNA(메신저리보핵산) 암 백신 임상 시험이 성공하면서 관련 국내 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mRNA 기술이 코로나19(COVID-19) 백신 이외의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에스티팜 (89,800원 ▲1,000 +1.13%) 등 일부 국내 제약사는 지난해부터 mRNA 암백신을 개발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일찍부터 글로벌 트렌드에 대비해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MSD는 최근 mRNA 신항원 암 백신 후보물질 ‘mRNA-4157/V940’의 임상 2b상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암 백신은 일반적인 백신과 달리 예방이 아니라 수술 후 암의 재발과 전이를 막는 게 목적이다. ‘신항원’은 종양에서 특정 돌연변이가 발생할 때 암세포에서만 발현하는 새로운 단백질이다. 이를 이용한 암 백신이 체내 주입되면 면역세포가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별해 공격하도록 하는 원리다.
mRNA-4157/V940은 올해 10월 MSD가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로부터 2억5000만달러(3250억원)를 주고 도입했다. 당시에 임상 데이터가 공개되기도 전이었지만 높은 가격의 거래가 이뤄지면서 업계가 술렁이기도 했다.
MSD의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임상 2b상 결과, mRNA-4157/V940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에서 단독 요법군 대비 절제 수술을 받은 흑색종 환자의 암 재발·사망 위험을 44% 낮췄다. 심각한 부작용 비율은 14.4%로 단독 요법의 10%와 유사했다. 상세한 데이터는 향후 학회에서 공개되며 내년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번 임상 시험은 mRNA 기술이 코로나19 등 감염 질환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효능을 입증한 첫 사례다. mRNA는 팬데믹 국면에서 코로나19 백신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이 아닌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업계의 우려와 걱정도 있었다. mRNA 암 백신 임상 데이터 공개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으나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국내 바이오기업은 지난해부터 mRNA 암 백신 기술 개발에 나섰다. 가장 진도가 빠른 기업은 에스티팜이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4월 미국 자회사 ‘레바티오 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레바티오 테라퓨틱스는 mRNA보다 한 단계 더 진보된 기술로 알려진 원형(Circular) RNA 플랫폼으로 신항원 암 백신을 개발 중이다. 현재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단계로 오는 2024년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mRNA는 선처럼 가늘고 긴 모양이다. 원형 RNA는 선의 양 끝이 서로 연결돼 원의 형태를 띤다. mRNA보다 형태가 더 안정적이기 때문에 보관과 정제가 더 편하고, 단백질 발현량도 많다고 알려졌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MSD가 두 달 전, 시리즈B 투자 단계에 있던 원형 RNA 플랫폼 기업 ‘오르나 테라퓨틱스’에 약 5조원을 투자했다”며 “원형 RNA는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뜨는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에스티팜은 또한 지난해 8월 테라젠바이오와 mRNA 암 백신 공동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에스티팜이 5프라임-캡핑(5′-Capping)과 지질 나노 입자(Lipid Nano Particle) 전달 플랫폼 기술을 테라젠바이오에 제공하는 대신 상업화 이후 백신 원액의 위탁개발생산(CDMO)을 담당한다는 내용이다.
아이진 (6,260원 ▲170 +2.79%)도 자회사를 통해 mRNA 암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아이진은 지난해 2월 mRNA 플랫폼 고도화 TF를 사내에 구성하고, 그해 12월 자회사 ‘레나임 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레나임은 올해 3월 지니너스와 mRNA 기반 췌장암 백신 개발 협약을 맺었다. 모회사인 아이진의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개인화된 암 백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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