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등 29개 주요국 가운데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여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이집트 2개국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시설 등 일부 공간에 한해 마스크 착용 의무규정을 둔 국가는 있었지만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실내 노마스크가 대세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당수 국가에서 마스크를 내린 뒤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한 사례도 발생했다. 일부 국가는 이 때문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재개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확진자 수가 어느정도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게 의료계 중론이지만, 이들 국가에서 착용 의무 해제 후 확진자 수가 늘어난 근본적 원인은 대체로 전파력 강한 새 변이의 등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범위와 시점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12일 질병관리청이 OECD 회원국 등 29개 주요국 마스크 착용 의무화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여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이집트 외에 없었다.
그나마 이집트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는 유명무실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는 2020년 5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취한 뒤 해제하지 않고 있으나 현재 단속하지 않아 착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9개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 덴마크, 슬로베니아, 튀르키예, 헝가리,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개국은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의료시설이나 대중교통수단 등 시설 위험도와 관계없이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실내 노마스크를 원칙으로 하되 시설 감염 위험도에 따라 예외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운영 중이다. 의무화 조치가 전혀 없는 10개국 외 19개국의 경우 의료 시설에는 착용 의무를 부여한 상태다. 약국에 대해서는 오스트리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벨기에, 대만, 뉴질랜드, 코스타리카 등 8개국이 의무화했고 사회복지시설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한 국가는 12개였다.
아울러 슈퍼·마트, 종교시설, 공항, 스포츠경기장, 감염검사소, 교육기관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국가는 이집트를 제외하고 대만뿐이었다. 민간 사업장에 착용 의무를 둔 국가는 이집트뿐이었고 대만은 의무를 두지 않았다. 이밖에 호스텔(대만·호주), 공공기관(대만·코스타리카), 교정시설(대만·호주)에 착용 의무를 부여한 사례가 있다.
현 시점, 마스크 의무화 해제가 세계적 대세로 보이지만 우리보다 먼저 의무화를 해제한 국가 중 상당수가 마스크를 내린 뒤 확진자수가 늘어난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은 올해 초 오미크론 대유행 뒤 확산세가 꺾이자 3월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5~8월 다시 확진자가 늘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3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직후 확진자가 소폭 늘었다. 그리스는 6월 병원과 대중교통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는데 곧바로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8월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한 싱가포르에서도 9월부터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었다.
착용 의무 해제 후 확진자가 늘자 다시 마스크를 쓴 국가도 있다. 영국은 작년 7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뒤 11월 유행이 다시 번지자 대중교통 등에서의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스라엘은 작년 6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뒤 2주만에 확진자 급증으로 의무화로 돌아섰다. 프랑스는 대중교통 시설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재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마스크를 내린 뒤 전파력이 기존보다 강한 신규 변이 유입에 직면했다. 작년 6월 마스크를 내린 이스라엘은 당시 델타변이 유입 탓에 다시 마스크를 올렸고 11월 다시 착용을 의무화한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했다. 미국과 그리스 등에서의 재확산은 BA.4와 BA.5 유입 시점과 겹쳤고 싱가포르는 XBB 유입이 마스크 해제 시점과 겹쳤다. 결국 마스크 의무 해제가 신규 변이 유입과 맞물리면 재유행 규모가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인천공항=뉴스1) |
우리나라는 이르면 내년 1월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를 염두에 두고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인데 현재 신규 변이 BN.1가 세를 넓히며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날 국내 신규확진자 수가 2만5667명을 기록했다. 월요일 기준으로 지난 9월 12일 3만6917명 이후 13주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신규확진자 수는 이날까지 전주 대비 8일 연속 증가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검출률이 올라간 가운데 신규확진자 수가 전주대비 다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BN.1의 검출률은 13.2%를 기록했는데 이는 1주전 7.7%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BN.1는 ‘켄타우로스’로도 불린 ‘BA.2.75’의 하위변이로 지난 9월 발견됐지만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 등에서 유행을 주도한 BQ.1와 BQ.1.1 등이 국내로 유입돼 추후 방역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두 개의 변이가 재조합된 ‘XBB’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위험성을 경고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11월 3주차부터 검출률이 7%를 넘기며 다른 하위변이 검출률을 압도하자 BN.1에 관한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해당 변이의 전파 상황 추적에 나섰다. CDC는 BN.1이 전국적으로 약 2주마다 두 배씩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치도 내놨다. 아직 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구체적 연구 결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세를 넓혀가는 속도로 미루어 면역 회피력이 다른 변이보다 강할 것이라는게 과학자들의 추정이다.
이와 관련, 일단 정부는 내년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를 위해서는 방역 안정이 담보돼야 하는데 개량백신 접종 확대가 이를 위한 해법이라는 입장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미접종 재감염자의 사망 위험비가 0.49인 반면 1차 접종과 2차 접종, 3차 접종자의 위험비는 각기 0.35, 0.19, 0.05로 접종 횟수가 늘어날수록 재감염 후 사망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의료계에서는 시설 방역 위험도에 따라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마스크 의무를 풀자는 조언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벗자는 게 아니며 법적 의무에서 의학적 권고로 바꿀지에 대한 의미”라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의료기관, 대중교통 등 고위험 시설에서는 계속 의무로 남길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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