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들의 내년 실적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시장 경색의 여파로 내년 자금조달에 따른 이자 비용만 올해 (추정치) 대비 1조원 많은 약 3조6000억원에 이를 수 있단 분석이 나오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여신금융채 3년물 AA+등급 금리는 5.759%로 나타났다. 6%를 넘었던 연중 고점보다는 조정된 수준이지만 연초(2.420%)보다는 300bp(1bp=0.01%) 이상 높은 수준이다.
자체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전채,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으로 사업에 드는 자금을 조달한다. 이 중 여전채 비중은 60~70%에 이른다.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카드업계는 과거 저금리 시절 공격적인 자금조달로 자산을 확대해 왔는데, 금리 인상기 본격화되면서 이에 따른 차환 금리·규모 모두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최근 각 카드사의 신규발행채권과 만기도래채권과의 금리차는 약 4%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며, 내년 만기가 도래해 차환해야 할 규모만 전체 차입 부채(10월 기준 97조원)의 37% 수준에 이른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 카드사의 이자 비용이 전년 대비 약 36% 늘어난 2조6000억원, 내년 이자 비용은 올해 대비 약 38% 증가한 3조6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기평은 “내년 영업수익 규모를 올해와 유사하다고 단순 가정하면 이자 비용 증가분만으로도 영업이익 규모가 2019년 근처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보릿고개를 목전에 둔 카드사들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기존 채권 발행 외에도 장기 CP, ABS, 자금 차입 등이 늘고 있다. 업계 선두인 신한카드는 최근 같은 계열인 신한은행으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으며, 롯데카드도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3억달러 규모의 ABS 발행에 나섰다.
디마케팅(demarketing·고객의 수요를 줄이는 마케팅)도 대응책의 일환이다. 소비가 집중되는 연말인데도 각 카드사는 가맹점별로 적용 중인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하는 한편, 각종 이벤트·혜택도 감축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수요를 줄여나가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차환금리가 너무 높아 마진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한 때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던 오토론 시장에서도 신규 마케팅이 크게 줄어드는 등 디마케팅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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