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속에 은행권 저원가성 수신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한 달 만에 20조원가량 빠져나가며 저원가성 수신 비중과 정기예금 비중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 총수신은 2258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5000억원이 늘었다.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기예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기준으로 수신이 여신을 17개월 연속 초과 성장한 것이다.
특히 은행권 정기예금은 이달 들어서만 27조7000억원이 늘어났다. 자금 유치 노력 및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기업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반면 저원가성 수신인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역대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대비 19조6000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5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으면서 지난 6월 말 대비 136조원가량 줄었다. 이에 저원가성 수신 비중은 39%로 지난해 말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정기예금 비중은 42%였다.
예금은행 대출잔액은 2238조원으로 전월 대비 9조5000억원 가량 늘었다. 기업대출이 10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가계대출은 1조원 줄어들면서 연중 내내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신용을 포함한 일반대출은 지난달 대비 2조원가량 하락하면서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1조원 늘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4%로 201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은 전월 대비 오히려 1조원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한은이 2016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세 거래 둔화로 관련 자금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며 “신학기를 앞두고 전세 수요가 살아날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국면은 급격한 포트폴리오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달비용률과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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