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하면서 그룹 전반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새로운 CEO의 취임을 앞두고 은행과 증권·보험 등 계열사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는 것은 물론 지주에 부회장직을 신설하려던 계획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된다.
1961년생인 진옥동 회장 후보자는 덕수상고와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이다. 1986년 신한은행에 합류한 이래 오사카지점장과 일본 SBJ은행 사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 요직을 거쳤고 2019년부터 신한은행을 이끌어왔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안이 통과되면, 진 후보는 2026년 3월까지 3년간 회장으로서 그룹 경영을 책임지게 된다.
진 후보는 새 판을 짜기 위한 구상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 CEO 인사가 대표적이다. 당장 이달 가동하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제시, 자신과 손발을 맞출 인물을 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을 비롯해 연말 경영진 교체를 앞둔 신한 계열사는 10여 곳에 이른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 ▲김희송 신한자산운용 사장(대체자산 부문) ▲배일규 신한자산신탁 사장 ▲배진수 신한 AI 사장 등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중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 계열사 모두 금융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성장을 뒷받침했지만, 필연적으로 새 CEO의 의중이 인사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조용병 회장 측 인물로 분류되는 임영진 사장과 성대규 사장 그리고 이영창 사장의 경우 진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금융권 전반에 어두운 전망이 감도는 가운데 과도한 인적 쇄신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진 내정자가 얼마나 받아들이는지에 인사의 폭이 달려있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부회장직 신설 백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진 후보가 차기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지주에 부회장을 따로 둘 유인이 사라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부회장직 신설은 어디까지나 조용병 현 회장의 연임을 전제로 한 계획이었다. 조 회장이 마지막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진 후보나 임 사장과 같은 차기 회장 후보군에게 경영 수업을 받도록 함으로써 역량을 검증하고 승계 절차의 투명성도 높인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조 회장이 용퇴하고, 부회장 후보로 지목되던 진 후보가 회장으로 올라선 만큼 이를 급하게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앞서 거론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신한금융 내에서 부회장을 맡을 정도의 무게감 있는 인물을 찾아보기도 어렵다는 점도 부회장직 신설에 회의론이 감도는 이유 중 하나다. 임 사장의 승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권한을 분산시키면 진 후보가 1인 체제를 굳히는 데 부담이 될 수 있어 그룹 차원에서도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점쳐진다.
부회장직 신설과 관련해 진 회장 내정자는 “조용병 회장과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눠본 적이 없다”면서 “향후 조 회장과 협의해 조직 운영 방향을 수립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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