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지 갈아타기 전략
이시언, 갈아타기의 정석
서울-지방 격차 최대

“커피를 내려서 집안 향기를 좋게 만들라고요?” 시중에서 떠도는 ‘집 파는 노하우’는 매수세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을 때나 통하는 말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는 꾸준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서울과 지방 간의 자산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상급지로 갈아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정기일수록 갈아타기의 적기라고 조언하며, 이를 위한 몇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한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저서로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 ‘좋은 집 구하는 기술’ 등이 있으며 필명 ‘월천대사’로 알려진 부동산 재야 고수다. 이 대표는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면 상급지 대장주 매물부터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주저하다 보면 결국 더 높은 가격을 주고 갈아타야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75.8을 기록하며, 여전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을 시사한다. 입주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수요와 공급을 평가하는 지표로, 100 미만일 경우 시장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매수세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저 가격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갈아타기를 하려면 시세를 낮춰서라도 빨리 팔고 움직여야 한다”면서 “지금 살던 집 가격 회복하기를 기다렸다가 우물쭈물하면 나중에 상급지 매물 가격이 더 올라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출 규제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개설만 해두고 사용하지 않은 마이너스 통장도 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쳐 예산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된 만큼, 예상치 못한 대출 제한으로 인해 계획이 틀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금융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대표는 “2019년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까지 따로 다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보니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갈아타기할 때 추가로 대출받는 경우, 자금 마련이 안 되면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기 때문에 더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상급지 갈아타기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배우 이시언은 신혼집으로 거주하던 서울 동작구 상도동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를 16억 3,000만 원에 매도하고, 같은 해 7월 31일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를 24억 8,000만 원에 매수했다.

이시언이 갈아타기에 성공한 핵심 요인은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과 적절한 매도·매수 타이밍이었다. 그는 2016년 상도동 아파트를 청약으로 7억 원대에 분양받아 약 9억 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이후 매도와 동시에 상급지 매수를 진행하며 5일 만에 갈아타기를 완료했다.
그가 선택한 ‘아크로리버하임’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입지와 초역세권 조건을 갖춘 흑석뉴타운 내 대표적인 대장주 아파트다. 해당 단지는 2020년 비강남권 최초로 전용 84㎡ 기준 20억 원을 넘긴 기록이 있으며, 2024년에는 27억 5,000만 원까지 거래된 바 있다.

상급지로 갈아타는 것이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1.02를 기록했다. 이는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이 하위 20% 아파트 가격보다 11배 비싸다는 의미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0~2021년 집값 급등기에도 5분위 배율이 10배를 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주택자 간의 자산 격차도 더 심해지면서 상급지 이동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40대와 50대의 갈아타기 수요가 많았던 것도 이러한 시장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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