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3주 연속 하락에도 체감 어려워
국제 유가 떨어졌지만 환율·정유사 마진이 변수

“기름값이 내렸다고 하는데 체감이 안 되네요”
휘발유·경유 가격이 3주 연속 내렸지만, 주유소에서 지갑을 열 때마다 소비자들은 “왜 기름값은 그대로일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당연히 국내 가격도 내려가야 하지만, 원·달러 환율과 정유사 마진, 유통 비용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어 인하 속도가 더디다는 분석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기름값은 오를 땐 하루 만에 반영되면서, 내릴 땐 몇 주씩 걸린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 그런데 왜 기름값은 비쌀까?

국제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기대감과 미국 보호무역 정책 영향으로 하락했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76.8달러(-1.7달러), 국제 휘발유는 83.4달러(-3.1달러), 국제 경유는 89.9달러(-2.8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기름값은 국제 유가 하락 후 2~3주 뒤에 반영되며, 환율과 정유사 마진도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며 원유 수입 비용이 줄고 있지만, 정유사의 마진 구조와 유통 비용 때문에 즉각적인 가격 인하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표별, 지역별 가격 차이 벌어져…

지난 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22.7원, 경유는 1,589원으로 전주 대비 각각 4.2원, 4.1원 하락했다.
지역별로 서울(1,783.6원)이 가장 비쌌고, 대구(1,693.3원)가 가장 저렴했다. 두 지역 간 가격 차이는 90원 이상 벌어졌다.
상표별로는 SK에너지가 평균 1,731.8원으로 가장 비쌌고, 알뜰주유소는 1,697.1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제주의 휘발유 가격은 1,769원, 경유는 1,646원으로 전주와 큰 차이가 없었다. 도서 지역 특성상 물류비가 추가돼 가격 하락 폭이 작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기름값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유사 가격 정책과 세금 구조에 따라 인하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국제 유가 전망… 장기적으로는 상승 가능성도

한편, 지난 2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 공급은 안정적이고, 세계 경제 성장률이 3.3% 수준에서 유지돼 급등 요인은 부족하다고 전했다.
다만 연구원은 “현재 유가는 장기 주기(슈퍼사이클)상 저점에 있어 향후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국내 경제가 유가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편 소비자들은 “유가는 내렸는데 기름값은 그대로”라며 “내릴 땐 천천히, 올릴 땐 즉각 반영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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