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가입 더 어렵다
전세금 낮추거나 월세 전환
세입자·집주인 모두 반발

정부의 전세사기 방지 대책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되려 임대인과 세입자 모두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임대보증금 반환보증은 임대인(집주인)이 가입하는 보증보험으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집주인에게 받아내는 방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임대 반환보증 심사 시 기존에는 건물 전체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계산했지만, 이제는 개별 가구별로 따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즉 건물 전체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계산했기 때문에 임대인이 가구별로 전세와 월세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개별 가구별로 부채비율을 따져야 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기존보다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고, 전세보증금 유지도 힘들어졌다.
기존에 건물 가격이 10억 원, 근저당(대출)이 5억 원, 전세보증금 총액이 5억 원이라면 전체 건물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다. 즉, 건물 전체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계산했기 때문에, 개별 가구마다 따로 심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건물 전체가 아니라 개별 가구별 부채비율을 따져야 한다. 새로운 기준은 개별 가구의 전세보증금과 해당 가구의 근저당 비율을 합한 값이 집값의 90% 이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건물 가격이 10억 원, 근저당(대출)이 5억 원이라면 기존에는 4가구에 보증금 500만 원과 월세, 6가구에 보증금 7,000만 원 (전세)이었다면 전체 부채비율이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러한 새 규정(가구별 부채비율 90% 적용)으로 인해 보증보험을 유지하려면 일부 가구는 보증금을 줄여야 하고, 반전세·월세로 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세입자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월세 부담이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장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일 보증금 감액이 어렵다면, 임대인은 기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일부 반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즉, 기존 전세금 7,000만 원을 유지하려 한다면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지고, 보증금 감액이 어렵다면 임대인은 총 1억 8,000만 원(각 가구당 3,000만 원씩)을 반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전세 계약이 종료된 후 보증금 반환 지연 등의 문제를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산 지역 임대인 단체는 지난 5일 HUG 부산·울산지사를 찾아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임대인은 “건물 전체 부채 내에서 융통성 있게 전월세를 조정해 왔는데, 가구별 담보권 비율을 적용하면서 전세 계약이 사실상 막혔다”라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건물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세입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HUG 측은 “부산에서 한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서류를 조작해 보증 가입을 악용한 사례가 있었다”며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으며, 임대인과 세입자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 재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보증 한도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세입자의 소득과 기존 대출 내역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현재 HUG는 수도권 최대 4억 원, 지방 3억 2천만 원까지 전세대출을 보증하며 대출금의 100%를 보증한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소득이 낮은 세입자는 보증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보증 비율도 기존 100%에서 90%로 축소된다.
금융당국이 추산하는 전세대출 총잔액은 2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득이 낮거나 거의 없는 사람도 HUG 보증을 활용해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아 이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실수요자가 전세 계약을 맺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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