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구독하는 시대
적은 보증금 부담과 역세권
한국과 일본 주거 구독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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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월세, 내 집 마련. 과거 주거의 방식은 이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구독’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집 구독’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미 국내외에서 확산하는 흐름을 보면 머지않아 보편적인 주거 방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주거 구독 서비스란, 일정 금액을 내면 여러 지역에서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 모델이다. 1개월 단위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가구, 가전, 주방용품 등이 갖춰져 있어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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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주거 구독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나크(Monarc)’다. 모나크는 ‘홈스크립션(Homescription)’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사용자가 원하는 기간만큼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 강남, 용산, 성수 등 주요 역세권에 있는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모나크의 가장 큰 특징은 풀옵션 주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월세나 전세와 달리, 가전과 가구, 심지어 침구와 식기까지 모두 갖춰져 있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도입해 자동 온도 조절, 스마트 도어락 등의 첨단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임대차 계약에 비해 계약 절차도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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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크와 같은 주거 구독 서비스는 자취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풀옵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옷과 개인용품만 챙겨서 입주하면 되기 때문에 처음 자취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월 구독료가 일반 월세보다 높다는 단점이 있다. 모나크의 최소 월 구독료는 89만 원부터 시작한다. 한 달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편리함과 유연성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비용이 높게 책정된 것이다. 하지만 강남·용산·성수 등 프리미엄 입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선택지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강남, 용산, 성수에서 풀옵션 원룸을 찾는다면, 일반적으로 보증금 500만 원 이상에 월 100만 원 이상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사 비용, 가구 구매 비용 등을 고려하면 단기 거주자에게는 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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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거주를 원할 경우 기존 전세나 장기 월세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전세로 2년 이상 거주할 경우, 초기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주거 구독 서비스보다 월 평균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 구독 서비스가 아직 대중적으로 정착되지 않아 선택할 수 있는 거주 공간의 종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보다 앞서 주거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원격근무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면서 ‘멀티해비테이션(다거점 거주)’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됐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어드레스(ADDress)’가 있다. 어드레스는 월 4만 엔(약 44만 원)을 내면 일본 전역 250개 이상의 숙소에서 머물 수 있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원하는 곳을 골라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으며, 특히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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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전월세 방식과 비교했을 때 주거 구독 서비스는 보증금 부담을 낮추고, 계약 절차를 간소화하며, 주거 공간을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아직은 가격 측면에서 전세보다 경쟁력이 낮고,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 구독 서비스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거를 하나의 ‘서비스’로 인식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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