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창사 이래 첫 ‘부분 직장 폐쇄’
노조 파업에 대응… 당진제철소 일부 가동 중단
연간 254억 원 손실… 노사 갈등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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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강 덤핑에 자동차까지 위기인데, 시기가 너무 안 좋다.”, “회사 망하면 결국 피해 보는 건 노조 아닌가?”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며 창사 이래 첫 직장 폐쇄에 나섰다. 노조의 게릴라식 파업이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이 심화되자, 사측이 강경 대응을 선택한 것이다.
현대제철, 창사 이래 첫 직장 폐쇄… 강경 대응 나서
현대제철은 대표이사 명의의 공고문을 통해 “2월 1일부터 이어진 노조의 파업으로 정상적인 생산이 불가능해졌으며, 지속적인 손실을 막기 위해 법적 절차에 따라 부분 직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사용자가 쟁의행위에 대응해 내릴 수 있는 조치로, 폐쇄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부분 파업과 총파업을 이어가며 사측을 압박해왔다.
특히 지난달 21일부터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가동을 반복적으로 중단시키며 생산 차질을 초래했다.
현대제철은 2월 1일부터 22일까지 벌써 약 27만 톤의 생산 손실을 입었으며, 금전적 피해는 25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핵심 공정인 산세 압연 설비(PL/TCM) 가동이 멈추면서 후공정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성과금 인상’ 놓고 팽팽한 대립 펼쳐
가장 큰 쟁점은 성과금이다. 사측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과 기본급 450%에 해당하는 성과금 1,000만 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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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그룹사인 현대자동차가 기본급 500%와 1,800만 원을 지급한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473억 원에 불과해 노조 요구안을 적용할 경우 65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측은 실적 악화 속에서 추가 양보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같은 그룹 내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철강·자동차 업계로 번지는 여파
당진제철소는 연간 450만 톤의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국내 철강산업의 핵심 기지다. 자동차, 가전제품, 건설업 등에 고품질 강판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관련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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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품 조달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현대제철이 추진 중인 LNG 발전소 건설 및 스마트팩토리 구축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생산 차질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노사가 하루빨리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직장 폐쇄 조치가 돌파구가 될지, 갈등을 더욱 키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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