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율 높인 온누리 상품권 이용 급증
전통시장 살리려던 정책, 편법 소비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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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받아 싸게 사고, 소득공제까지 받으니 이보다 좋은 재테크가 없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한 다양한 편법 소비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이 오히려 대형 식자재 마트, 기업형 약국, 금은방 등의 ‘꼼수 소비처’로 변질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이용자 및 판매액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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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설 명절을 맞아 지난 1월 10일부터 2월 10일까지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15%로 상향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기간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1조 2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6% 급증했다. 이에 설 기간에 총사용액은 5286억 원으로 작년보다 50% 이상 늘었다.
온누리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온라인전통시장관에서의 결제액은 한 달간 약 50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결제액의 약 70% 웃돌았다.
한편,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앱 사용자는 카드형과 모바일을 합쳐 모두 463만 명으로 작년 말 대비 거의 3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식자재 마트·대형 약국 ‘성지’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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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전통시장과 소규모 상점가에서는 온누리상품권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할인된 상품권이 주류·의약품·귀금속 등 원래 사용이 제한된 품목을 판매하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주류 도·소매 업장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 제외되지만, 전통시장 내 식자재 마트는 ‘식품 잡화점’으로 등록돼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일부 대형 마트가 별도 주류 코너를 운영하며 온누리상품권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형 약국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과 종로5가 등에 위치한 대형 약국들은 일반 동네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는데, 여기에 온누리상품권까지 사용할 수 있어 대량 구매 후 택배로 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금값 폭등에 금 사재기까지… 정부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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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약 뿐만 아니라 최근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 사재기에도 온누리상품권이 악용되고 있다. 일부 전통시장 내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구매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중기부는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에 대해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중기부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중 귀금속 소매업자 1426곳의 설 특판 기간 회수액은 62억 원이었다. 이는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지난달 금 거래대금(4678억 원)의 1.3%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온누리상품권 본래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소상공인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이 대기업형 유통채널과 금 사재기에 활용되고 있지만, 중기부는 법적 위반 사항이 아니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지원 취지에 맞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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