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 모두 소매판매 감소, 통계 작성 이래 처음
2024년 자영업자 폐업률 9%, 신규 10곳 중 8곳 문 닫아
고령층 자영업자 채무불이행 50% 급증

“매출은 반토막 났는데 금리와 물가는 계속 오르니 버티기가 힘듭니다.”
서울에서 20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김모씨(63)의 한숨 섞인 말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무려 98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폐업의 아픔을 겪었다.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비 침체가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 소비 침체, 역대 최악 수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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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7개 시도 모두에서 소매판매지수가 하락했다. 특히 울산과 경기도는 각각 6.6%, 5.7%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전국 평균 소매판매지수가 11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대구를 포함한 6개 지역은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락폭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정선경 통계청 소득통계과장은 “경기 불황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전, 가구 등 내구재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자영업 생태계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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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자영업자가 98만6487명에 달했다. 폐업률은 9.0%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음식업의 폐업률이 16.2%로 가장 높았고, 소매업도 15.9%의 높은 폐업률을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규 창업 10곳 중 8곳이 문을 닫는다는 점이다.
또한,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79.4%에 달했는데, 폐업 원인을 살펴보면 사업 부진이 48.9%로 가장 많았고,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경영난이 그 뒤를 이었다.
가계부채 증가와 채무불이행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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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침체 속에서도 가계 빚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24년 들어 가계신용 증가폭은 더욱 확대되어, 작년 4분기에만 13조원이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시중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3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사업자가 15만5060명으로, 전년 대비 35%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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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60대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커, 채무불이행자가 2만795명에서 3만1689명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화폐 등 현금성 지원은 내수회복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투입과 함께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5조 9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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