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상승에 자영업자 ‘한숨’
식재료값 폭등, 메뉴 가격 또 바뀌나
가격 올리면 손님 줄고, 유지하면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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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접어야 하나 싶어요. 남는 게 없어요.” 식당, 카페,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부터 식재료, 서비스 비용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경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최근 생산자물가가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폭등한 식재료, 사장님들 “메뉴판 또 바꿔야 하나”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지난해 11월(0.1%), 12월(0.4%)에 이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으며, 상승 폭은 2023년 8월(0.8%) 이후 최대치다.
생산자물가는 기업 간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즉,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덩달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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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식재료 가격에서 두드러졌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딸기 가격이 거의 두 배가 됐다. 생과일 주스 팔기가 겁난다”며 “이대로라면 디저트 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이미 손님들 반응이 좋지 않아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한 달 새 4.0% 상승했으며, 그중 농산물은 무려 7.9% 뛰었다. 딸기(57.7%), 감귤(26.5%), 멸치(13.9%), 물오징어(8.4%) 등 외식업에서 많이 쓰이는 품목들의 가격이 급등했다.
수산물(1.4%)도 상승세를 보였고, 축산물(-0.2%)은 소폭 하락했지만,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흐름을 고려하면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 올리자니 손님 줄고, 안 올리자니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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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소비심리가 이미 위축된 상태에서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격을 유지하면 수익이 줄어들고, 올리면 손님이 떨어져 나가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러한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생산품뿐만 아니라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공급물가도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상승 폭은 지난해 12월(0.7%)보다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환율 등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 유가와 환율이 전월 평균보다 다소 하락했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장님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이러다 진짜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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