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기업들 미국행 선택
삼성·현대제철·SK, 2030년까지 대규모 투자
국내 일자리 83만 개 감소, 제조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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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행을 선택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대규모 해외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내 제조업 공동화와 양질의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 피하려 미국으로 쏠리는 한국 기업들
트럼프가 지난 4일부터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다음 달 12일부터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도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현대제철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쇳물을 생산하는 해외 제철소 건설을 결정했다. 세아그룹은 텍사스주에 6000톤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을 추진 중이며, 포스코도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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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도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풀무원은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 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며, 오뚜기는 캘리포니아에 새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농심 역시 로스앤젤레스에 추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역시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0억 달러를 투입해 텍사스 테일러시에 4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8억 7000만 달러를 들여 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내 투자 확대는 이미 가시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그린필드 FDI(외국인 직접투자) 프로젝트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11.6%에서 지난해 1~11월 14.3%로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이 사라진다”는 경고, 현실이 될까
한국 기업들은 2023년까지 미국에 총 230조 원을 투자하며 8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일자리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청년층의 취업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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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속도로 해외 투자가 확대되면 한국 제조업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유지해 온 만큼,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 산업 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감소라는 연쇄 작용이 불가피하다.
결국 대기업들의 미국행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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