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 신발 ODM 강자로 부상
토종 브랜드도 성장하며 산업 변화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가 과제

“이런 기술력이 한국에서 나왔다니 놀랍다.” 러닝을 즐기는 C씨는 최근 구매한 러닝화가 한국 ODM 업체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나이키의 최신 모델이라는 이유로 선택했지만, 알고 보니 한국의 기술력이 녹아든 제품이었다. C씨는 “국내 신발산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했다는 게 신기하다”며 “앞으로는 토종 브랜드도 한 번쯤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창신INC, 나이키 신발 6900만 켤레 생산
한때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 신발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와 협력하며 빠른 납기, 고품질,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
과거 대형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들이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며 부산을 중심으로 한 국내 신발산업의 위상은 흔들렸지만, 그 빈자리를 새로운 토종 브랜드들이 채우면서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 위치한 창신INC는 매년 6900만 켤레의 나이키 신발을 생산하는 글로벌 ODM 강자다. 경쟁사들이 연구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동안, 이 회사는 국내 R&D 센터를 유지하며 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세운 ‘알파플라이3’ 같은 혁신적인 신발이 탄생할 수 있었다. 창신INC 남충일 대표는 “한국에는 개발과 디자인 분야의 최고 인력이 몰려 있어 나이키와의 공동 연구개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K-신발 도약? 중소기업 생존이 관건
1990년대 이후, 부산을 비롯한 한국 신발산업의 중심지는 점차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겪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 특성상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과 중국으로 생산기지가 옮겨갔기 때문이다.
1994년 TKG태광과 창신INC, 2002년 화승이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신발산업은 쇠퇴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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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탁구화로 인기를 끈 비트로를 비롯해 슈올즈, 르무통, 트렉스타 같은 토종 브랜드들이 등장하며 신발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대형 ODM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신생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신발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 시장에서 ODM 강자로 자리 잡은 한국 신발산업, 그리고 부활을 꿈꾸는 토종 브랜드들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가 향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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