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임’으로 살아간 김새론
가족 부양과 채무
끝내 무너진 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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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해명을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 2014년 2월, 당시 15살이었던 김새론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이다. 그녀는 “악플러들은 끝을 볼 때까지 키보드를 두드리며 몰아세우고 공격할 것이다. 결국 다른 대상이 나타나야 비로소 관심을 돌릴 것”이라며,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비난에 대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 글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김새론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오며, 그녀가 술과 담배를 했다는 허위 소문이 퍼지자 이에 대한 해명으로 남긴 것이다. 김새론은 “내가 올곧게 살아왔다면, 진심을 아는 사람들은 나를 믿어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알지 못한 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들은 어떤 말도 듣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11년이 흘러 2025년 2월 16일, 김새론은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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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빛나던 배우 김새론. 그러나 그녀의 삶은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대중은 사고 이후의 자숙과 공백만을 보았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도 쉽게 알지 못한 생활고가 있었다.
김새론이 살던 서울 성동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전용면적 143㎡에 달하는 고급 주거지였다. 22억 원대에 거래되던 이 아파트는 겉으로는 부유한 배우의 상징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소속사 명의의 전세 계약이었다. 김새론은 소속사 지원 아래 이 집에 거주했으나,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이 종료되면서 아파트에서도 퇴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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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김새론은 서울 청담동에서 음주운전으로 가로수와 변압기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변압기 교체 등 수천만 원대의 피해가 발생했고, 방송 및 영화 제작사에 막대한 위약금까지 부과됐다. 피해자 배상과 위약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속사는 전세보증금 일부를 사용해 피해를 보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해 소속사가 선(先) 배상한 금액까지 김새론이 떠안아야 했다. 그녀는 사고로 발생한 거액의 배상금과 수리비 등으로 주변에 돈을 빌리기도 했다.
위약금과 채무에 시달리며 김새론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녀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김아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해 카페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안경을 쓰며 외모를 바꿨지만,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녀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연예인 김새론이냐’라는 질문과 함께 해고를 반복해 겪었다. 유명세는 그녀에게 보호막이 아닌 굴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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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론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그녀가 연예계에서 번 돈 대부분은 부모의 사업 자금과 가족 생활비로 사용됐다. 정작 본인을 위한 저축이나 재산은 남지 않았다. 사고 이후 피해 배상과 소속사에 대한 채무까지 겹치며, 경제적 압박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럼에도 김새론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연극 ‘동치미’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여론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영화 ‘기타맨’ 출연을 확정하며 재기를 준비했으나, 그 작품은 결국 그녀의 유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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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생전 심각한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새론의 한 지인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꾸준히 정신과를 찾으며 치료를 받아왔다. 주변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명인이 겪은 생활고는 사회적 낙인과 재기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음주운전, 도박, 마약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 그러나 진심으로 반성하며 자숙한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 옳은가라는 고민이 필요하다. 예일대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는 김새론의 죽음을 두고 “잘못을 했다고 재기의 기회조차 없이 사회에서 매장되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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