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 노화 MZ 세대에서 유행
유통업계, 저속노화 관련 상품 출시
음료업계, 음료 소비 감소로 이익률 ↓

최근 웰빙, 웰다잉에 이어 ‘슬로우 에이징(저속 노화)’가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안티에이징’이라는 용어를 쓰는 대신 ‘슬로우 에이징’으로 대체할 정도다. 노화를 맞서 싸워야 할 상태가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저속 노화’라는 개념은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을 통해 신체 노화 속도를 늦추는 생활 방식이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면서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화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해당 트렌드는 서울아산병원의 정희원 노년내과 교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에서 GI 지수가 낮은 ‘저속노화 식단’을 공유하면서 X의 주 사용층인 MZ 세대 위주로 확산했다.

이에 맞춰 소비 흐름 또한 변화하면서 최근 유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 온라인의 건강 관련 식품 매출은 2022년 대비 32% 늘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던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단백질, 관절, 칼슘, 마그네슘 관련 상품도 2년 연속 매출이 올랐다. 특히 지난해 단백질 보충제 매출은 2022년 대비 매출이 150% 증가했다.
10일 컬리는 지난해 저속노화 푸드의 연간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했다고 밝혔다. 잡곡 상품군은 30% 이상 증가했고, 샐러드와 이너뷰티는 각각 10%, 11%씩 판매량이 늘었다.
저속노화 푸드의 인기는 최근 3개월 사이 더 두드러졌다. 식단 관리 도시락 브랜드 마이비밀의 ‘다이어트 도시락 8종’의 경우 지난해 12월 판매량이 같은 해 9월 대비 130% 늘었다. 같은 기간 샐러드판다의 ‘병 샐러드 12종’과 이영애의 건강 미식 ‘효소 30포 3종’은 각각 35%, 91% 증가했다.

유통가는 저당·비건 등 저속노화 관련 상품들을 기획 및 출시하면서 2030 세대 소비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편의점에서는 앞다투어 관련 상품을 기획해 출시하고 있다.
GS25는 올해 잡곡을 신선식품 전략 상품 중 하나로 선정하고 프리미엄 ‘오분도미’를 편의점 업계 최초로 론칭했다. 실제로 GS25 전년 대비 잡곡 매출 신장률은 2022년 15.4%, 2023년 23.8%, 2024년 25.9%, 2025년(1월) 60.7%에 달한다.
이마트24는 피트니스 브랜드 ‘F45’와 협업했다. 운동 전·후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콘셉트로 닭가슴살, 두부, 로만밀 식빵 등을 사용한 간편식을 선보였다. 이 중 특히 ‘F45 두부유부초밥&샐러드’는 유부초밥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2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받았다.
세븐일레븐은 정희원 교수와 직접 손을 잡고 간편식을 출시했다. 렌틸콩 섞은 잡곡밥이 베이스로 이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나트륨 함량이 590㎎으로 편의점 도시락의 평균 나트륨 함량인 1,400㎎의 절반도 되지 않는 닭가슴살 스테이크 도시락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저속 노화’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웃지 못하는 식품 업계도 있다. 바로 음료업계이다. 음료 회사 이익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탄산음료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당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유행하며 전반적으로 탄산음료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해 음료 회사에서 판촉 행사 등의 마케팅 경쟁을 벌이면서 이익 감소 폭이 커졌다. 실제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음료 부문 이익률은 5.5%로, 전년의 8.3%에 비해 2.8% 포인트 낮아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요 위축에 대응해 1+1 등의 판촉 행사를 늘린 것이 이익률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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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4분기 음료 부문에서 영업손실 80억 원을 기록했다. 음료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낸 것은 10년 만이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의 전체 기준 음료 부문 영업이익은 1,042억 원으로 전년(1,620억 원) 대비 35.7% 급감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음료 부문 영업이익도 전년의 2,153억 원보다 21.9% 감소한 1,681억 원이었다. 실적 저조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코카콜라음료는 2007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된 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특히 코카콜라의 경우 경쟁사인 펩시가 제로 콜라의 점유율을 늘리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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