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에 박리다매로 상쇄
코코아 가격 사상 최고가 기록
서아프리카 기온 상승 수확량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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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한 가운데 초콜릿 제조 업체와 유통 업체의 분위기가 상반돼 눈길을 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지난해 12월 사상 최고가인 1만 2,565달러를 기록한 뒤 현재도 1만 달러 이상을 유지하면서 국내 초콜릿 제조업체들인 해태, 오리온, 롯데 웰푸드는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이에 따라 초콜릿을 선물하려는 소비자들은 가격 부담이 커졌다.
주요 초콜릿 업체들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분주한 분위기지만 과거와는 달리 예년처럼 활발한 판매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코코아 가격 인상으로 이미 초콜릿 가격을 올린 상태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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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가나 초콜릿은 지난해 6월 가격을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했으며 해태제과의 자유시간 역시 1,000원에서 1,2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특히 고물가 상황에서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가격대가 높은 고급 초콜릿들은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되었다.
최근 유통 업체들은 초콜릿 대신 실용적인 제품들을 밸런타인데이 특화 상품으로 내놓으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CU가 올해 밸런타인데이 키워드를 ‘무해력’으로 설정하고, 유명 캐릭터와 협업한 굿즈를 출시했다. 세븐일레븐도 ‘추구미(개인별 추구하는 이미지)’를 밸런타인데이 콘셉트로 삼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특화된 상품들을 선보였다. 초콜릿이 아닌 다양한 굿즈와 선물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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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대형마트들은 초콜릿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마트는 14일까지 밸런타인데이 기획전을 열고 220여 종의 초콜릿을 할인 판매하고 있으며 홈플러스는 초콜릿을 포함한 행사 상품을 2만 원 이상 구매할 경우 5,000원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의 혜택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1+1 행사와 행사 카드 할인을 통해 평소에 구매하기 어려운 비싼 초콜릿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중 일부는 초콜릿 가격을 올린 뒤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마치 선심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업체 측의 결정 사항이며 우리는 주로 박리다매 형식으로 제품을 납품받아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라며 할인 행사에 대한 불만에 대해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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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초콜릿 가격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기후 변화가 꼽히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이제 단기적인 문제를 넘어서 초콜릿과 같은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초콜릿은 카카오나무의 코코아콩에서 얻어진다.
카카오나무는 적도 인근 지역에서만 자랄 수 있다. 특히 서아프리카 지역이 주요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나무는 섭씨 32도 이하의 온도를 선호하며 그 이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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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인해서 서아프리카 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카카오 생산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기후 변화 외에도 카카오 생산에는 악재가 더 있다. 불법 채굴, 밀수, 바이러스 확산 등의 문제도 카카오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법 채굴과 밀수는 농민들의 수익을 감소시키고 바이러스는 카카오나무의 성장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이러한 요인들은 카카오 생산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초콜릿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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