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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2024년 게임 업계를 돌아보다

패드앤팝콘 조회수  

2024년도 어느새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2024년 대한민국 게임 5대 키워드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3N 해체

국내 게임사를 대표하는 단어가 바로 3N이다. 엔씨 소프트(NC Soft), 넥슨(Nexon), 넷마블(Netmarble)이 모두 N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들을 줄여 3N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엔씨, 넥슨, 넷마블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사로 통용되었기 때문에 세 회사는 마치 세트처럼 3N으로 묶이며 국내 게임사를 대표하는 일종의 대명사가 되었다.수년간 대한민국 게임업계를 주도했던 3N에 점차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2024년 3N은 해체 수준에 이르렀다. 넥슨을 제외한 엔씨, 넷마블 2N이 극심한 부진에 빠진 사이,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신흥세력의 약진으로 게임업계 구도가 새롭게 재정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넥슨은 체질개선에 성공하며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 퍼스트 디센던트 등 모바일 플랫폼이 아닌 PC, 콘솔 기반 게임 개발에 돌입하며 외연을 넓혀 나갔다.다소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넥슨의 시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흥행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었고 기업 이미지까지 좋아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이와 가장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게임사가 엔씨다. 리니지라는 슈퍼 IP(지식재산권)로 오랜 시간 대한민국 Top1의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는 리니지가 오히려 엔씨의 위기를 불러왔다.물론 여전히 리니지 IP 활용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호연, 쓰론 앤 리버티 등 신작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며 외연 확장에 실패했고 이는 공동대표 체제를 불러오며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하지만 여전히 리니지 의존도가 커 체질 개선이나 외연 확장이 쉽지 않아보인다는 점은 엔씨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엔씨가 위기를 잘 돌파해 다시 국내 게임업계 최고의 회사가 될 수 있을지 2025년은 엔씨의 명운이 걸린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세게 불었던 리더 교체 바람

칼바람은 일반 직원에게만 부는 것은 아니다. 올해 게임업계는 유래 없는 리더쉽의 변동이 발생했다.엔씨 소프트는 지난 3월 열린 이사회를 통해 김택진, 박병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또한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하고 4개의 자회사 설립을 확정했다.엔씨는 공동대표와 독립 스튜디오 전환으로 유연함과 속도감 그리고 전문성을 확보해 지금의 혹독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는 장현국 대표가 사임하고 박관호 회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위믹스 사태로 인해 사법 리스크가 커진 장현국 전 대표가 더 이상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2022년부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넷마블은 2024년을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삼고 권영식, 김병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2020년부터 각자대표 체제를 이어왔던 넷마블은 지난 3월 도기욱 각자대표의 뒤를 이어 법조 전문가인 김병규 신임 각자대표를 선임함으로써 다양한 신사업 확장과 함께 예전의 명성을 다시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넥슨코리아가 약 14년만에 강대현, 김정욱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넥슨코리아는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대표 타이틀에 개발 디렉터로 참여한 강대현 공동대표와 넥슨재단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넥슨의 사회공헌, 인사, 홍보 등 경영지원과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 온 김정욱 공동대표 투톱 체제의 역할 분리와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K-캐릭터 돌풍

지난 4월 출시한 시프트 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는 출시 전부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크게 일어났는데 바로 주인공 이브의 외형 때문이었다.이브의 파격적인 의상과 군살 하나 없는 섹시한 몸매는 그 자체로 화제가 되었고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IGN프랑스는 이브에 대해 ‘여성을 본 적도 없다고 생각되는 누군가에 의해 성적으로 묘사된 인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이브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인신공격적 기사에 대한 거센 역풍으로 인해 IGN프랑스는 해당 문구를 수정하며 사과했다.스텔라 블레이드와 함께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퍼스트 디센던트는 소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블록버스터 게임 콘코드의 다소 기괴한 캐릭터와 비교되며 해외 유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어느 순간 게임에서 특히 서구를 중심으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명분 하에 섹시한 캐릭터가 사라져갔다. 분명 세상에 존재함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상한 명분을 들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을 게임에서 거세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K-캐릭터는 반 PC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우리 게임이 이 시대의 가장 민감한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되었건 우리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 게임에 대한 기대도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K-캐릭터의 활약이 2025년에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주류로 올라선 서브컬처 게임

일산 킨텍스에 개최된 AGF 2024가 약 7만 2천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10%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AGF 2024가 서브컬처 팬들을 위한 축제임을 감안했을 때 이처럼 폭발적인 증가세는 서브컬처가 이제는 주류 문화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국내 주요 게임사 역시 서브컬처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넥슨게임즈는 흥행작 블루 아카이브에 이어 신규 서브컬처 프로젝트 RX를 개발 중에 있고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유명한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역시 프로젝트 C라는 서브컬처 게임을 공개했다.웹젠의 트레비스, 스마일게이트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C3, 엔씨는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중인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를 유통하는 등 이제는 메이저 게임사들이 서브컬처 개발, 유통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서브컬처 장르가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팬덤층에 있다. 팬덤층을 형성할 수 있는 수준의 게임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면 다른 게임들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게임의 수명은 길어질 수 있다.다만 한국 서브컬처가 팽창되는 속도에 비해 아직은 그 기반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나 완성도 있는 서사 역시 걸음마 단계다.따라서 양적 팽창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질적 성장 역시 매우 중요하다. 질적 성작 없이는 서브컬처 게임 붐은 얼마 못 가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탈 모바일 가속화

작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탈 모바일 기류는 올해 더욱 뚜렷해 졌다. 모바일 왕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플랫폼이 아닌 게임들이 속속 개발되기 시작했고 작년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브 등을 통해 그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올해 역시 이런 기류는 이어졌다. 스텔라 블레이드, 퍼스트 디센던트 등 PC, 콘솔 플랫폼 게임이 출시되었고 내년에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 인조이, 붉은사막 등이 출시를 예고했다.

모바일 플랫폼은 수익면에서 콘솔, PC를 압도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모바일 플랫폼이 그 어떤 플랫폼보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모바일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럼에도 많은 게임사들이 모바일 플랫폼이 아닌 PC, 콘솔 플랫폼 게임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시장 다변화에 그 목적이 있다.모바일 게임 제작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고 모바일 시장마저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북미, 유럽시장으로의 진출은 살아남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하지만 북미, 유럽 시장은 모바일보다는 PC, 콘솔이 더 강세를 보이고 있고 모바일이라 해도 우리 방식의 모바일 게임은 각광받지 못하기 때문에 플랫폼 다변화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이번 지스타2024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PC, 콘솔 플랫폼 게임들이 대거 공개되었고 모바일 플랫폼 지원 게임도 전형적인 모바일 게임의 모습이 아닌 PC, 콘솔 플랫폼 게임과 그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게임들이 많았다.하이브IM의 모바일, PC MMORPG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의 경우 모바일 플랫폼을 지원함에도 과감하게 논타겟팅 시스템을 선택했고 모바일의 상징과도 같았던 자동전투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장르적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탈 모바일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멀티 플랫폼 게임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물론 모바일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었던 우리 게임업계의 체질개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싱글 게임이 가진 특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시나리오와 시스템을 가져가는 것이 아직 많이 낯설 것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2025년에는 더 다채롭고 재미있는 게임이 많이 등장해 진정한 게임 강국으로 첫발을 내 디딜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패드앤팝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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