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IBM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터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양자암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존 암호체계 무력화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이 전략기술로 떠올랐다. 국내서는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양자암호 전용회선, 장비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를 장착한 양자컴퓨터를 공개했다. 슈퍼컴퓨터가 10셉틸리언(10의 24제곱)년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계가 빨라지며 방패 역할을 하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중요성도 커졌다.
양자암호통신은 중첩성, 불확정성, 비가역성, 얽힘 등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응용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해킹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크게 양자암호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로 구분된다. QKD는 양자 얽힘 성질을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는 암호키를 만들어 보안을 높이는 방식이다. PQC는 수학 난제 알고리즘 기반으로 암호화하는 방식이다.
국내 이통사는 QKD와 PQC 기술을 모두 보유해 양자암호통신 솔루션과 상용장비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응용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PQC 표준 알고리즘과 QKD 시스템을 결합한 ‘QKD-PQC 하이브리드형 양자암호’ 제품을 선보였다. 하나의 장비에서 QKD와 PQC 두 개의 암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암호화로 보안성을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은 국내 양자기업 연합체 엑스퀀텀도 출범했다. 멤버사인 케이씨에스와는 차세대 양자암호칩 ‘Q-HSM’ 상용 제품도 선보였다. 양자암호칩은 인공지능(AI) 카메라와 군용드론, 월패드 등에 탑재돼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보안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KT는 ‘하이브리드 양자보안 VPN 서비스’ 실증을 완료했다. 기존에는 특정 통신 구간에서만 양자 암호화 기술이 적용됐지만 이번 실증을 통해 전송망에서 고객 구간까지 안전한 이중보안을 구축했다. 또 KT는 독자 개발한 무선 QKD를 이용해 국내 최장 거리인 10㎞ 전송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퀀텀드론과 기업기밀 유출 방지를 위한 퀀텀 VPN과 AR글라스도 상용화했다.
LG유플러스는 PQC가 적용된 300G급 기업전용회선 장비를 개발했다. 기업전용회선 전송망을 구성하는 PTN(패킷 전송 네트워크) 장비다. 기업고객이 고속의 전용 통신망을 통해 안전하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PQC 기반 클라우드용 통합 계정관리 솔루션 ‘알파키’를 통해 기업간거래(B2B) 시장도 공략한다.
정부도 양자를 미래 게임체인저로 보고 9대 중점기술과 4대 추진전략을 담은 ‘퀀텀 이니셔티브’ 발표하며 양자 산업에 힘을 실었다. 양자암호통신 시장 규모는 2022년 이후 연평균 39.8%씩 성장해 2030년에는 약 24조579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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