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명작 영화 ‘시네마천국’을 주제로 한 이머시브(몰입형) 특별 전시회가 열렸다. 이번 특별전은 디지털 몰입형 기술이 적용된 세계 최초의 전시회다. 하지만 막상 막을 걷어보니 ‘세계 최초’의 의미가 무색했다. 최초의 몰입형 전시회가 아니라 영화 ‘시네마천국’을 세계 최초로 전시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몰입형 기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19일 미디어기업 상화와 전시기획사 숲인터내셔널은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에서 ‘시네마천국 이머시브 특별전-TO.TOTO(CINEMA PARADISO immersive special exhibition-TO.TOTO)’ 오프닝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상화, 숲인터내셔날, 이탈리아 몰입형 전시 기업 크로스미디어그룹 등을 비롯해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이 참석했다.
전시 주제인 영화 ‘시네마천국’은 1988년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토토’의 유년기부터 장년기까지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 제4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제62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한 글로벌 명작으로 꼽힌다. 이번 특별전은 영화 ‘시네마천국’을 총 18개 공간으로 구성했다.
문제는 ‘몰입형’이라는 수식어다.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관람객이 전시와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한다. 2013년 서울과 인천 지하철역 계단 일부에 설치된 ‘피아노 계단’ 정도의 상호작용이라도 일어나야 했다. 피아노 계단은 밟으면 피아노 음계 소리가 나는 계단을 말한다.
시네마천국 특별전이 마련된 갤러리아포레 지하 전시장에는 지나가면 불이 켜지거나 터치하면 색이 변하는 등 공원이나 수목원, 다른 전시회에선 수년 전부터 쉽게 볼 수 있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몰입형 기술’을 느낄 새가 없다.
빨리 지나가서가 아니다.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어서다. 수인분당선 지하철역에 내려서 출구 쪽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미디어 전광판에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뮤직비디오가 계속 재생되는 것을 보는 느낌이다.
특별전과 전광판 영상 관람의 차이는 재생되는 콘텐츠와 주변 사물이 영화 ‘시네마천국’과 관련된 것인지 여부다. 영화 관련 소품과 사물을 전시한 것도 다른 전시와 비슷했다. 서울숲역 지하의 SM엔터테인먼트 MD샵 ‘광야@서울’에도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 관련 굿즈가 전시돼 있다. 콘텐츠 제목만 다른 셈이다.
주최 측은 전시회의 3가지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인 ‘오버웰밍 존(Overwhelming Zone)’은 영화 속 러브스토리 배경인 ‘밀밭’을 실제 밀밭과 디지털 하늘로 구현해 광활한 공간을 연출했다고 설명한다.
밀밭에 들어가자마자 생각보다 좁은 공간이라 놀라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릴 정도였다. 천장은 훤히 뚫려있고 광활한 공간을 느끼게 해줘야 할 디지털 하늘은 미디어 월에 출력된 지평선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밀밭을 걷는 시간도 짧다. 밀밭이 꾸며진 공간이 작아서다.
물론 영화 ‘시네마천국’에 등장하는 시칠리아 자전거, 의상 등 소품을 비롯해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감독 등의 다큐멘터리·인터뷰 영상이 나오는 건 영화 ‘시네마천국’의 팬에겐 좋은 구성이다. 영화 시네마천국에 관한 다양한 내용으로 곳곳이 꾸며져 있어서다.
이번 특별전은 전통적인 전시와 별 차이가 없었다. 2022년 11월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진행된 ‘아바타: 더 익스피리언스’는 영화 ‘아바타’ 속 세계처럼 식물원을 꾸며놓고 안개와 움직이는 조형물, 상호작용되는 벽면 등을 이용해 다양한 실감형 전시를 진행했다.
아바타: 더 익스피리언스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같은 실감형 기술 없이도 몰입형 전시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시네마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은 전통 전시 측면에선 좋았을지 몰라도 몰입과 몰입형 기술 면에선 아쉬웠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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