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감소
배터리 성능과 난방 시스템 영향
관리와 기술로 겨울 극복 가능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전기차를 구매하며 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추운 겨울날 출근길에서 그 기대는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계기판에는 분명히 주행 가능 거리가 300km로 표시됐지만, 막상 집에 도착했을 때 확인한 주행 거리는 예상과 달리 100km 이상 차이가 났던 것이다.
겨울 한파, 전기차 주행거리의 시험대
추운 겨울날, 전기차 운전자들에게는 현실적인 문제다. 한파가 몰아치면 전기차 배터리 효율은 뚝 떨어지고, 히터 사용으로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며 주행 가능 거리는 더욱 줄어든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영하 1도에서 국내 주요 전기차 모델의 주행 가능 거리를 실험한 결과, 테슬라 모델 3는 120km, 현대차 아이오닉 5는 35km, 기아 EV6는 22km가 계기판 예측보다 짧았다.
전기차가 겨울에 약한 이유는 명확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배터리 내부 전해질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점성이 높아지고, 이는 배터리 효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전기차 난방 시스템도 효율 저하의 주범이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전력을 직접 소모해 히터를 작동한다.
이런 차이로 인해 겨울철 전기차 주행 거리는 상온 대비 최대 30%까지 감소할 수 있다.
한파 속 전기차, 관리와 기술로 돌파구 찾기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더 큰 타격을 받는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고온 환경에서는 안정적 성능을 보이지만, 저온에서는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테슬라 모델 Y 후륜구동 모델과 기아 레이 같은 보급형 전기차들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올겨울 한파는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성능 시험을 겪는 첫 시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우선, 배터리를 최적 상태로 유지하려면 실내 주차장이나 실내 충전소를 이용해 과도한 냉각을 방지해야 한다.
히터 사용은 최대한 줄이고, 대신 열선 시트와 열선 핸들 같은 대안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급속 충전보다는 월 1회 이상 완속 충전을 시도하는 것도 배터리 셀 간 균형을 유지해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더불어 히트펌프 시스템은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감소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난방으로 전환하는 이 시스템은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
또한, 겨울철 주행 시에는 충전소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계획적으로 이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겨울철 전기차는 운전자에게 많은 과제를 안긴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은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심한 관리와 기술적 대안을 통해 전기차 운전자들이 겨울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면, 전기차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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