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직후 네이버와 카카오 포털 ‘다음’에서 트래픽 폭주로 접속 불안이 발생했다.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통신 검열에 대한 소문이 확산됐고 보안성이 높은 해외 플랫폼의 신규 설치가 급증했다. 업계는 개인정보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보 검열 우려를 해소할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비상계엄 선포 직후 텔레그램 신규 설치가 급증했다. 계엄령 발표 후 이틀간 텔레그램 신규 설치 건수는 평소 대비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은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한 높은 보안성 때문에 ‘디지털 망명’ 또는 ‘디지털 피난’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주목 받아왔다. 이는 국내 법적 규제에서 벗어난 해외 플랫폼으로의 이동이 확산된 결과로 분석된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텔레그램 신규 설치 건수는 4만576건으로, 전체 메신저 신규 설치의 47.09%를 차지했다. 이는 전날의 9016건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다음 날인 4일에도 신규 설치는 3만3323건에 달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어려운 점이 특징이다. ‘종단간 암호화’는 송신자와 수신자 외에는 대화 내용을 읽을 수 없도록 설계된 통신 방식이다. 이러한 특징이 국내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검열 우려와 맞물려 이용자들이 타 메신저로 이동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국내 메신저인 카카오톡이나 라인이 통신 검열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 측은 계엄 선포 당일 계엄사령부로부터 특별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정보 검열 우려에 대해서도 회사 규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3일 밤 네이버 카페에서 접속 지연이 발생했지만 뉴스, 검색, 라인 등 다른 서비스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순간적인 접속량 증가로 인한 일시적 장애 방지를 위해 트래픽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메신저 등 다른 서비스는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됐고, 다음 카페에서 일부 약간의 지연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금방 해소됐다”며 “자체 서버에서는 데이터가 이틀 후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데다가 만약 검찰의 수사 협조 요청이 있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디지털 플랫폼이 통제 불가능한 비상 상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상 계엄처럼 특수한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 검열을 시도할 경우 파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물리적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계엄사령부로부터 정보 통제에 대한 특별한 지침은 하달되지 않았다”라면서도 “포고령에 명시된 바와 같이 정부 차원에서 기업에게도 강제적인 검열을 시도하려 한다면 그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권력이 국경을 넘는 플랫폼을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정보 검열 범위를 축소하는 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박진규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는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하면서도 윤 대통령 사례처럼 폐쇄적 현실 인식을 강화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시민들은 대안 서비스를 활용해 권력의 통제 시도에 맞서는 집단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텔레그램 사용이 보편화됐음에도 국민들의 정보 통제 우려를 해소할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계엄법에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엄연히 위헌”이라면서도 “현재도 검경 수사에서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따른 메신저 검열이 가능한데 비상계엄 시에는 이러한 조치가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어 그 범위를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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