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게임 규제 완화를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헌법 소원이 진행되는가 하면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신임 위원장을 선임하고 게임물 등급 심의에 민간 참여를 확대키로 했다.
게임 사전검열 폐지 헌법소원
게임유튜버 김성회씨와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게임산업법 32조 2항 3호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앞서 김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관련 청구인 모집에서 총 21만여명의 게임 이용자, 제작자가 응했다. 이는 헌재 역사상 최다 청구인 수다.
청구인들이 한 뜻을 모은 건 게임위의 사전검열을 폐지하기 위해서다. 사전검열은 2022년 6월 게임위가 게임플랫폼 스팀에 “국내에 성인용 게임 유통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게임위가 차단한 스팀 게임은 월평균 17.3종에 달한다.
3223법이라고도 불리는 해당 법안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전 검열의 근거가 된다.
청구인 측은 “영화, 드라마, 만화 등의 사전 검열 제도는 이미 폐지돼 게임이 다른 콘텐츠에 비해 구시대적 규제를 받고 있으며, 광범위한 규제로 창작의 자유와 문화 향유권을 제한한다”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같은 달 17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가 제기됐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게임위에 “게임을 차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헌법에서 규정하는 명확성 원칙이 위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태건 게임위원장은 “게임은 상호작용이라는 특성을 지닌다”라면서도 “과학적 연구는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면 이를 존중하고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인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현재 관련해서 추가 서류 제출 요구를 받고 이에 응하는 중이다”라며 “곧 신임 헌법재판관 청문회도 있고 해서 그 이후에 심리가 시작될 것이다”고 밝혔다.
‘밀실심의’ 논란 게임위 등급 심의, 민간 이양 나서기로
그간 심의 기준의 명확성, 전문성 문제가 제기된 게임위의 등급 분류 기능의 민간 이양도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현재 게임위 심의 과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달리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체 이용가 및 청소년 이용가 게임에 한해 민간 등급분류 기관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에서 심의를 하고 있으나 이들 위원장 중 게임 관련 경력 인사는 1명에 그쳐 전문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일부 게임과 무관한 인사에 의해 주관적으로 게임 등급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체부는 올해 1월 게임 등급 분류 기능을 중장기적으로 민간에 완전히 이양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정부는 우선 GCRB에 모바일 게임과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심의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간 완전 자율화는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임위도 이러한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 특히 올해 8월 등급 분류 불공정 심의 논란이 일었던 김규철 전 게임위원장이 퇴임한 후 서태건 신임 위원장이 취임하며 관련 논의가 가속화된 모습이다.
서 위원장은 올해 11월 “게임물 등급분류 기준 개선 방안 연구용역에 민간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규정에 담겠다”고 밝혔다. 또한 게임물 사후관리 과정에서 개발자·이용자 중심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고 등급기준 적정성을 자문하는 절차를 새로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의 게임물 등급분류 민간이양 추진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의원실과 문체부가 진행하고 있는 법률 개정 작업을 지원하겠다”며 “민간이양 시 활용할 등급 분류 표준 매뉴얼을 만들고 관련 수수료도 현실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hongch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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