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와 전기차 판매 둔화가 겹치면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중국 자동차 산업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덩치를 키우고 있다.
현재 세계 자동차 산업은 크고 작은 요인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강국인 독일은 더욱 그렇다. 독일 완성차 제조사들이 극심한 경영난 겪으면서 독일 자동차 산업은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독일 최대의 완성차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던 폭스바겐이 대표적인 예다. 폭스바겐은 경제 침체와 전기차 수요 감소 등의 요인으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위기 상황은 독일 내 공장 3곳 폐쇄와 수만명의 인력 감축 단행으로까지 이어졌다. 폭스바겐이 독일 공장을 폐쇄하는 건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여파로 인해 독일 자동차 산업의 덩치가 줄고 있다. 2016년 독일 내에서 생산된 차량은 570만대였지만 지난해에는 410만대로 집계됐다. 7년 동안 160만대 줄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보고서를 통해 자국 내 일자리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만6000개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 2025년까지 최대 19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리 자동차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산업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AMA는 경기부진과 고금리, 높은 가계부채 등으로 인해 신차 구매의향이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올해 164만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6.3% 감소한 수치다.
반면 수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지역 감소에도 불구하고 북미시장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고 국산 SUV 및 하이브리드 선호 현상이 성장을 이끌었다는 게 KAMA의 설명이다.
KAMA는 이와 같은 호조로 올해까지 710억달러(102조1761억원)이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2% 성장한 수치이자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면 내년 수출 실적은 3.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KMAM가 예측한 실적은 270만여대다. 수출액 역시 4.2% 감소한 680억달러(97조852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AMA는 미국 대선 이후 한·미 통상환경 악화, 중국 시장 팽창, 해외 생산 증가 등을 수출 감소의 이유로 꼽았다.
경제 침체가 강타한 가운데 중국 자동차 산업은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 협회(CAAM)는 현지시간으로 11일 지난달 중국 내 자동차 시장의 실적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343만7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4.7%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1.1%나 늘었다. 같은 기간 판매량도 전월 대비 8.6%, 전년 동기 대비 11.7% 성장한 331만6000대로 나타났다.
중국 승용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300만대를 넘어섰다. 11월 한달 간 판매량과 생산량은 각각 300만1000대, 310만9000대다. 또 11월까지 누적 생산량은 2790만3000대며 판매량은 2794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9%, 3.7% 상승했다.
특히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BEV)는 지난 4개월 간 전체 판매량에 절반을 차지하면 실적을 견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12월에도 중국 자동차 산업은 성장세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기세라면 올해 말까지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3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중국 내수 자동차 시장의 성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 국가적 지원 정책이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이달 내년 경제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해외 실적은 전월 대비 9.5% 감소한 49만대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 증가했다. 직전월과 비교하면 감소세를 그렸지만 누적 실적은 꾸준한 상승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실적은 534만5000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2% 높은 수치다.
중국 완성차 제조사는 수출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럽을 주 무대로 삼고 공략하고 있으며 점차 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가 유럽 28개국의 상반기 신차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18.2%로 전년 동기 대비 5.1%포인트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중국산 자동차의 판매량은 29만대 수준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은 4.2%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포인트 올랐다.
일각에서는 내년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은 주춤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에 놓인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달리 중국 완성차 제조사는 친환경차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세 인상 조치에 따라 수출량의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 시장의 큰 변화가 있을 경우 한국 시장이 중국 자동차 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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