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법에 따라 게임물에 대한 등급 심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 게임법 제32조 2항 3호는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 심리나 모방 심리를 부추기고, 사회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의 제작과 반입을 금지하는 강력한 규정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게임물 관리위원회의 심사에 의해 시행되지만,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커 실제 게임물의 심사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에 대한 사전 검열은 도박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2006년 설립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독립적 등급 체계를 확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2년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성인용 게임의 등급 분류와 관련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일부 게임은 성인용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해 등급 부여를 보류했고, 사실상 차단됐다. 이러한 게임 차단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전 검열로 간주되며 많은 사용자들이 이에 대해 헌법 소원에 참여하게 됐다.
등급 분류는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정보 비대칭이란 소비자가 공급자보다 정보를 덜 가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품질이 낮은 제품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고, 이는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게임을 해보기 전까지는 그 내용을 알기 어려운데 등급 분류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된다. 이는 보다 합리적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등급 분류 시스템은 부적절한 게임을 시장에서 제거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소비자는 등급 정보를 활용해 품질이 낮은 제품을 선택하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러한 제품의 수요가 줄어 결국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등급 분류를 정부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또 다른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 기관이 등급 분류를 맡게 되면 시스템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가치와 윤리를 기준으로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청소년 보호에 적극적이며 법적인 효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 기관이 심의를 진행하게 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특정 집단의 가치관이 심의 기준에 반영될 경우, 콘텐츠에 대한 편향된 판단이 이루어져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실제로 게임산업의 규모가 큰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민간 기관이 등급제도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영화, 드라마, 만화와 같은 콘텐츠에 비해 게임 콘텐츠에 대한 등급 심사가 지나치게 엄격하다. 이로 인해 젊은 창작자와 사용자들의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 더욱이 게임은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활용되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규제가 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지난 20년간 게임 산업은 10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루었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게임 등급 심사 기준은 적시적으로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게임물에 대한 등급 심사는 청소년 보호와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과 정부의 자의적 해석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게임 산업은 20년간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에 걸맞은 유연한 심사 체계의 부재는 창작자와 소비자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과거의 검열 체계에 얽매여 있는 현재의 등급 분류 시스템은 사회적 가치와 발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게임 콘텐츠에 대한 보다 합리적이고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게임물 등급 심사 체계는 기존의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탈피해 진정한 창의성과 혁신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 산업이 더욱 건강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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