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주요 경제 법안의 표류가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인들은 불확실한 탄핵정국 속에서도 인공지능(AI)기본법과 반도체특별법 등 핵심 경제 법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 경제, 금융 분야 등 주요 경제·민생 법안들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며 사실상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ICT 분야에서 표류가 우려되는 대표적인 법안은 반도체 특별법이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 속에 국가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법안으로 여야가 앞다퉈 발의했다. 주52시간 예외 허용 등 쟁점에 대한 이견차를 좁혀가고 있었다.
AI 기본법도 표류하고 있다. AI 기본법은 정부가 AI 진흥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투자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지원, 벤처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고영향 AI’ 규정을 통해 안전 규정도 마련했다.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을 위한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안도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다. 두 법안은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정국이 안정되는대로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산업계는 호소하고 있다.
금융·경제분야서도 주요 민생 법안들이 무더기로 논의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금보호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2001년 이후 24년 만에 예금보호한도를 상향하기로 하고 관련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대부업법 개정안은 법정 최고이자율(20%)을 초과해 이자를 받는 경우 계약 효력이 제한되고, 이자약정 60%를 초과하면 원금과 이자 모두를 무효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토큰증권(STO) 법제화도 여·야간 이견이 없지만 탄핵정국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요건을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역시 논의가 중단됐다.
한편, 여야간, 경제계의 이견이 큰 법안의 경우, 탄핵 정국을 계기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법체계를 흔들 수 있고, 모든 기업에 영향을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플랫폼 규제를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공정거래법 개정안)’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 등 정부와 국회발 법안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법안으로 꼽힌다.
지난 2016년 말 탄핵 정국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확대, 편의점 심야영업 금지 조기 대선을 의식한 유통 규제 법안 발의를 남발한 전례도 있다. 당시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지만, 이 같은 규제 리스크가 재현되면 장기화된 내수 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 최대한 빠르게 정국이 안정돼 당장 눈앞에 둔 미국 새정부 출범 등 불확실성 해소에 정부와 정치가 원팀으로 대응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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