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카카오(대표 정신아닫기
정신아기사 모아보기)의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회사의 모태이자 정체성인 AI 사업을 덜어내고 클라우드 사업자로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 기반 클라우드 기술을 앞세워 게임과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점차 고객사를 확보해 간다는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금융‧증권사, IT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술 소개 및 고객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측은 B2B 고객 대상으로 AI 기반의 고성능 컴퓨팅 기술력과 높은 보안성, 외산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비교해 약 60%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금융, IT업계 뿐만 아니라 대규모 크래픽과 클라우드 서버가 필요한 게임업계에도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14일 부산에서 진행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클라우드’는 국내 게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파티를 개최했다.
카카오클라우드는 견고한 서비스형인프라(IaaS)를 토대로 서비스형플랫폼(PaaS),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AI 프로세서 및 모델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 MMORPG ‘아키에이지 워’에 카카오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올해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사업 체질 개선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회사의 본업이었던 AI 솔루션 사업을 내려놓는 대신 클라우드 사업에서 새로운 반등점을 찾겠다는 각오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7년 카카오그룹 내 ‘AI TF’로 출발했으며 음성인식을 비롯해 AI 기술 발굴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2019년 12월 독립법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출범해 AI 플랫폼 ‘카카오 i’를 중심으로 B2B 영역을 넓혀왔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게임, 콘텐츠, 플랫폼 등 소비자 중심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심의 사업이 주된 포트폴리오인 만큼 AI를 기반으로 B2B 영역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특히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출범 초기 현대자동차그룹, 에버랜드 등 16개 기업과 사업 협력을 맺는 등 점차 고객사를 넓혀갔다. 카카오 i뿐만 아니라 업무용 메신저 ‘카카오워크’, 공공기관용 클라우드인 ‘카카오 i 클라우드’를 연이어 출시하며 고객사를 다양화했다.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카카오2024’에서 클라우드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 사진=카카오엔터프라이즈
‘고강도 쇄신’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로 새로운 정체성 찾을까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출범 후 2020년 매출 681억원, 2021년 995억원, 2022년 1633억원, 2023년 1808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속적인 외현 성장에도 수익성에는 물음표가 늘 따라붙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0년 영업손실 368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901억원, 2022년 1406억원으로 매년 적자폭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적자규모가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약 12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출범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것이다.
결국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불어닥친 모회사 카카오의 개편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경영 쇄신 일환으로 경영 전략 전문가 정신아 대표를 선임하고 각 계열사의 비주류 사업 및 부진한 사업들을 정리하거나 축소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고강도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회사의 시작점인 AI 사업까지 축소하는 강수를 뒀다. 현재 AI 중심의 사업 구조보다는 클라우드 사업이 수익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었다. 출범부터 AI 전문가가 자리한 대표 자리도 지난해 클라우드부문장을 맡던 이경진 부사장을 선임하며 의지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AI 연구부서를 카카오브레인으로 이관했으며 올해 8월 개편이 마무리됐다. 이 밖에 AI 관련 인력 대다수가 카카오브레인이나 카카오 본사로 이동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강조한 카카오톡 중심의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 개발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도였다.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지난 5월 미디어 브리핑에서 클라우드 중심 사업 재편에 대해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을 차질없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클라우드 중심 개편은 마무리 단계”라며 “미래 고객들과의 네트워크 형성과 비즈니스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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