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굉음과 빠른 속도, 그리고 흩날리는 모레 먼지 혹은 물보라…
오프로드 레이스는 일반적인 트랙 레이스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간혹 차량이 파손될 때도 있고, 또 큰 사고로 인해 더이상 레이스를 이어가지 못할 때도 발생한다. 갑자기 날씨가 변하며 레이스의 큰 변수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오프로드 레이스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는 FIA WRC는 전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환경에서의 치열한 레이스를 펼쳐 최종 승자를 가린다. 그 자체는 너무나 수준 높은 레이스일 뿐 아니라 마치 장편의 대하 드라마 같은 ‘압도적인 스케일’ 그리고 ‘짜릿한 스토리’가 담겨있다.
|
이러한 특별함은 지난 시간 동안 ‘모터스포츠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아마 FIA WRC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까지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일들이 그렇듯 이러한 모습이 모든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 타임 어택 방식의 레이스 구성 상 짧은 장면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릴 때도 있고, 레이스 일정을 추격하고, 함께 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럴까? WRC 어느 순간 특별한 ‘스테이지’를 선보이고 있다. 바로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의 등장이다.
FIA WRC 랠리 재팬 현장에서 목격한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SSS)’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
미니카를 떠올리게 하는 SSS
참고로 FIA WRC 랠리 재팬의 SSS은 크게 두 곳으로 구성됐다. 바로 오카자키의 SSS가 첫 번째이며 토요타 스타디움의 축구장 잔디 위에 보호 패널을 얹고, 두 대의 차량이 치열한 ‘기록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트랙을 구성한 SSS가 바로 두 번째라 할 수 있다.
토요타 스타디움의 SSS 코스는 위 사진처럼 두 대의 차량이 동시에 스타트 지점에 출발, 각자의 레인에서 ‘코스 과제’를 수행하며 기록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주요 과제 점프대 부분과 ‘숏컷 후 원선회’ 구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SS의 운영 방식은 무척 단순하다. ‘경쟁’을 펼치기로 한 두 대의 차량이 나란히 스타트 지점에 선 후 스타트 신호와 함께 정해진 랩을 달려 ‘기록’을 비교하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니카’라 불리는 미니4WD의 ‘레이스 방식’과 완전히 같은 셈이다.
|
빠르게 펼쳐지는 SSS
그러나 ‘실제 레이스카’로 펼쳐지는 만큼 SSS의 매력은 말 그대로 치명적이다.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경기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통상의 레이스는 몇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내구 레이스, 그리고 한 시간 이내의 ‘스프린트 레이스’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FIA WRC는 말 그대로 5분 이내의 ‘빠른 경쟁’ 그리고 직관적인 승부의 갈음이 가능하다. 실제 FIA WRC의 SSS는 몇 분도 되지 않아 하나의 레이스가 끝나고, 바로바로 ‘우열’를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직관적인 ‘경험’이 가능해 ‘즐거움’이 더욱 돋보였다.
다만 ‘두 대의 차량 중 더 빠른 차량’이 모여서 추가적인 상위 경쟁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FIA WRC의 특성에 맞춰 ‘두 대의 차량이 동시에 달려 기록을 계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상 서로가 서로에게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이라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 SSS
레이스를 처음 보는 이들이 직관에 대해서’흥미’를 쉽게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가 바로 ‘체감’이 약하다는 점이다. 실제 레이스는 안전을 위해 코스와 너무나 먼 거리에 관람객이 자리한 만큼 레이스카의 강렬한 사운드, 그리고 폭발력 넘치는 움직임이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SSS는 다르다. 말 그대로 축구 경기장 크기에 두 대의 차량이 달릴 트랙인 만큼 토요타 스타디움에의 관람석이라면 어떤 자리에 앉더라도 눈 앞에서 맹렬히 달리며 기록 단축을 위해 질주하는 여러 레이스카들을 단 번에 확인하고, 눈에 담을 수 있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높은 집중력 유지가 가능하다.
|
실제 이번 FIA WRC 랠리 재팬의 현장에서도 검은색의 강렬함이 돋보인 토요타 가주 레이싱 WRT의 레이스카들과 하늘색과 붉은색이 대비되는 현대 WRT의 레이스카 등은 물론 랠리 2, 랠리 3의 다양한 차량들이 트랙 위를 미끌어지며 현장을 찾은 모든 관람객들의 확호와 박수를 한 몸에 받았다.
꽤 늦은 시간까지 SSS가 진행됐지만 날씨의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현장 해설이 주는 긴장감, 그리고 어두운 하늘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화려한 조명의 연출 등이 ‘SSS’이 달리며 선보이는 특별한 매력이 ‘보는 즐거움’ 부분에서도 힘을 더하는 모습이다.
|
SSS 방식의 ‘모터스포츠 이벤트’ 한국에서는 어떨까?
FIA WRC 랠리 재팬에서 펼쳐진 SSS 경기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접근성’, 그리고 강력한 현장감이 주는 매력이 인상적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국내 팬들에게도 충분히 어필될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특히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들이 그런 것처럼 언제나 수도권에서 제법 먼 곳이 아닌, 서울 시내에 있는 여러 상암축구경기장, 잠실야구장 등과 같은 여러 운동장에서 SSS를 진행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용이하지 않을까? 여기에긴장감을 더하는 중계, 방송까지 더해진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토요타 스타디움에서의 SSS, 괜스레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FIA WRC 랠리 재팬 취재를 마무리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