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대면진료와 관련된 대국민 설문조사와 정책 공모전을 실시하면서 제도권 진입을 바라보고 있는 비대면진료 정책 수립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의료계 총파업으로 인한 의료공백 대응책으로 비대면진료가 급부상했으나 비만약을 비롯한 무분별한 처방 등 허점이 발생하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 여론을 모아 제도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구축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만족도와 불편사항 등을 묻는 대국민 설문조사가 이달 9일부터 20일까지 ‘디지털공론장’에서 진행된다. 과기부가 운영하는 디지털공론장에서는 인공지능, 딥페이크 가짜뉴스 등을 주제로 동일한 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비대면진료의 이용경험 및 서비스 만족도를 비롯해 적절성, 확장성, 불편사항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설문조사 외에도 정책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한다. 공모전 아이디어 주제는 ▲비대면진료 안전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 마련 방안 ▲안전한 비대면진료를 위한 중개 플랫폼 역할 정립 방안 ▲개인정보보호와 사용자 편의성 향상을 위한 정보통신기술 고도화 방안 등이다. 해당 공모전은 18일까지 접수를 받고 있다.
비대면진료를 주제로 시민대상 강의도 준비됐다. 이독실 과학평론가와 썬킴 역사스토리텔러가 11일 비대면진료를 주제로 콜로키움 강연을 개최한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 1월까지 비대면진료의 안정된 시행을 주제로 시행중인 공론화 사업 일환이다.
지난달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와 지원 정책을 개선해 적극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복건복지부도 4~5년간 누적된 비대면진료 성과와 데이터를 토대로 오는 2025년부터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올해는 정부가 비대면진료의 제도권 운영을 위해 의료법 개정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10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안정적 시행 방안은 ▲입법과 가이드라인 ▲의료마이데이터 등 규제특례 활용 품질 향상 ▲안전성 확보 위한 정책·기술 방안 연구 ▲국민 의견 수렴 등 4가지다.
특히 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비대면진료 정책을 친(親)기업적 입장보다 환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도 비대면진료의 우려사항, 신뢰성, 불편사항 등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나아가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약품 처방과 도매 등에 제한이 강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정부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비대면진료를 통해 오남용되고 있다며 이달부터 비대면처방을 제한했다.
지난달에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상으로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해당 법률안은 ▲환자의 처방전을 약국에 전송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플랫폼에 약국개설자가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것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 ▲환자에게 경제적 이익이나 정보를 제공해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계는 내년 초 정식 제도화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최근 계엄 사태로 인해 국회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제도권 진입이 또 다시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국민이 비대면진료를 경험했고, 이를 통해 의료 편의성을 경험했을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법제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현재 정치권이 계엄으로 패닉 상태에 놓여있어 관련 사업 작업이 마무리돼도 한동안 비대면진료가 뒷전이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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