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라는 이름처럼 포드 익스플로러는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 시장을 개척했다. 1990년 1세대 출시 이후 35년 동안 6번의 세대 변경을 거치며 포드를 넘어 준대형 SUV 세그먼트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런 익스플로러가 지난 11월 또 한 번의 변화를 거쳤다. 부분변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변화의 폭이 크다.
포드코리아는 지난 2일 부분변경을 거친 더 뉴 익스플로러의 시승회를 열었다.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까지 70킬로미터(㎞) 시승을 통해 경험한 신형 익스플로러는 준대형 SUV가 갖춰야 할 덕목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포드를 먹여 살린 익스플로러
‘익스플로러’라는 이름은 본래 뜻인 ‘탐험가’보다는 포드의 SUV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만큼 포드가 익스플로러라는 모델을 통해 쌓은 가치가 명확하다는 얘기다. 포드는 1990년 1세대 익스플로러를 공개했다. SUV 시장을 개척한 브롱코의 인기가 시들하자 새로운 무기를 내놓은 것이다.
익스플로러의 인기는 포드를 먹여 살릴 만큼 대단했다. 실제로 등장 10년 만에 미국 시장 누적 판매 378만대를 넘어설 정도였다. 1세대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판매량은 885만대로 35년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에 오르기도 했다.
포드는 한국 법인인 포드코리아 설립 후 2세대를 들여왔다. 한국에서 역시 익스플로러는 대단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마다 수입차 판매 상위에 이름을 올리며 준대형 SUV 세그먼트 열풍에 불을 지핀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밀리 SUV 분야에서 항상 이름이 거론될 정도였다.
ST-라인만의 역동적인 디자인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6세대 익스플로러 ‘ST-라인’ 트림이다. ST-라인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트림으로 기존 리미티드를 대신한다. 생김새는 만족스럽다. 역동성을 강조한 디자인 덕분에 심심한 느낌이 없다.
전면부는 크기를 키운 그릴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다듬은 헤드램프, 굵은 라인을 강조한 범퍼로 구성된다. 특히 ST-라인에는 블랙 메시 인서트 벌집 구조 그릴, 21인치 알로이 휠, 퍼포먼스 브레이크, 레드 브레이크 캘리퍼로 구성된 ‘스트리트 패키지(Street Packege)’가 적용돼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된 모양새다.
측면은 기존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크롬 요소를 블랙 디자인 포인트로 대체됐다. 또 펜더에 ‘ST-라인’ 배지도 더해 특별함을 강조했다. 21인치 휠에는 무광 다크 크롬 컬러를 적용해 이전 모델 대비 젊은 이미지가 느껴진다.
후면은 역동적인 전면에 비해 안정감이 높다. 트렁크를 가로지르는 블랙 가로선은 차체를 넓게 보이게 한다.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살짝 다듬었다. 기존 모델과 달리 ‘ㄱ’자 라인이 트렁크 안쪽으로 파고드는 디자인이다. 거기에 심심하지 않도록 그래픽 요소를 더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모델 대비 한층 디자인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다.
넉넉한 공간, 이스터 에그로 완성한 재미
실내는 완전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드는 실내 변화의 폭을 키워 기존 투박하고 촌스러웠던 모습을 완전히 걷어냈다. 가죽 소재도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또 하이 글로시 소재를 줄인 점도 마음에 든다. 또 ST-라인의 실내는 레드 컬러 스티칭과 블랙 오닉스 컬러 패브릭을 적용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시보드다. 대시보드를 전면으로 배치하고 수평형 레이아웃을 적용해 개방감이 높다. 또 기존 아날로그 클러스터 대신 12.3인치 LCD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됐고 센터 콘솔에는 13.2인치로 크기를 키운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그래픽과 시인성은 높은 편이다. 빛이 강한 상황에서도 반사되는 일이 거의 없다. 다만 물리 버튼의 수가 적은 것은 아쉽다. 사용 빈도가 높은 시트 온도 조절, 공조 장치 조절 등은 물리 버튼으로 마련했으면 어떨까 싶다.
단점은 또 있다. 바로 기어 변속 다이얼의 구성이다. 신형 익스플로러는 다이얼 타입의 변속 레버를 탑재했는데 기어에 따라 다이얼이 고정되지 않는 방식이다. 예컨대 같은 방식을 적용한 타 모델의 경우 정차(P)단 혹은 주행(D)단을 선택하면 다이얼이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다. 반면 익스플로러는 P단, D단을 체결해도 다이얼은 계속 돌아간다. 안전을 위해 고정 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시트 구성은 트림에 따라 달라진다. ST-라인의 경우 2열 캡틴 시트가 적용되고 플래티넘 트림은 벤치 시트가 기본이다. 개인적으로는 트림에 따라 시트 구성을 달리하기보다 취향에 따라 시트 구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 사양으로 제공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3열 시트는 전동식 폴딩 기능이 적용돼 버튼을 눌러 접고 펼 수 있다.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2열 공간은 매우 넉넉하고 3열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준이다. 트렁크 공간은 시트를 모두 펼쳤을 때 515리터(ℓ)며 3열을 접으면 1356ℓ, 2열까지 접으면 2486ℓ로 늘어난다.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 에그를 찾는 점은 재미 요소다. 익스플로러 실내에는 여러 이스터 에그가 적용됐다. 먼저 대시보드 양 측면에는 디트로이트와 시카고 스카이라인 실루엣이 표현됐고 센터콘솔 우측에는 1세대부터 5세대 익스플로러를 새겼다. 또 전면 유리 조수석 쪽에는 6세대 부분변경 익스플로러를 표현했다.
V6 부드러움 그립지만 출력 아쉬움 없어
신형 익스플로러는 디자인 변화와 함께 파워트레인 라인업도 구성을 바꿨다. 기존 6기통 V6 3.0ℓ 엔진을 삭제하고 브롱코를 비롯해 머스탱, 레인저 등에 탑재되는 직렬 4기통 2.3ℓ 에코부스트 엔진으로 단일화했다. 6기통의 부드러움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분명 이점이다. 신형 익스플로러의 연료 효율성은 복합연비 기준 ℓ당 8.7㎞다. 실제 주행 시에는 이보다 높은 11㎞ 이상의 효율성을 기록했다. 덩치를 생각하면 준수한 편이다.
엔진의 파워 역시 부족함이 없다. 2.3ℓ 에코부스트 엔진은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킬로그램미터(㎏·m)를 발휘한다. 일반적인 주행 환경을 비롯해 가속페달을 전개하며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출력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2.1톤이 넘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빠르게 높인다. 엔진과 합을 맞추는 10단 변속기는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졌다. 변속 시 충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서스펜션의 느낌은 부드럽다. 노면 요철을 넘을 때 서스펜션의 움직임 폭이 커 충격 전달이 많지 않은 편이다. 장거리 주행 혹은 오프로드 주행 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준이다.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점은 아쉽다. 시속 100㎞로 주행 시에는 불만이 없지만 고속 영역 이상으로 넘어가면 엔진 소음과 풍절음이 실내를 파고든다. 흡·차음재 적용 비중을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반면 노면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더 뉴 익스플로러는 탐험가 기질이 짙은 준중형 SUV다. 아웃도어를 즐기거나 패밀리 SUV를 찾는 이들에게 그럴싸한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분명 단점도 존재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가린다. 무엇보다 착한 가격이 익스플로러의 핵심이다. 포드코리아는 더 뉴 익스플로러의 가격을 이전 대비 낮게 책정했다. 기존 리미티드 트림을 대체하는 ST-라인의 가격은 6290만원으로 기존 대비 575만원 낮다. 상위 트림인 플래티넘은 이전보다 995만원 저렴한 6900만원이다.
중후하고 역동적인 디자인, 300마력 이상의 출력, 다양한 안전·편의 장비, 전작 대비 저렴한 가격을 고려하면 더 뉴 익스플로러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