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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서 계열사로 분쟁 옮겨간 ‘한미그룹’… 주총 앞두고 신경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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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지난달 어느 쪽도 승기를 잡지 못한 채 마무리된 가운데 이달부터 그룹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을 두고 경영권 다툼이 지속될 전망이다.

신동국·송영숙·임주현·킬링턴 유한회사로 이뤄진 4인 연합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한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펼치면서 올해 마지막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 김동명 기자
한미약품 본사 전경. / 김동명 기자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이 동수로 재편된 상황에서 한미약품 주식 의결권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4인 연합은 수원지방법원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1인 의사에 따른 의결권 행사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주식 41.42%를 보유 중이다. 4인 연합 측은 “이달 19일로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종훈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한미약품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는 건, 형제 측의 사적 이익 달성을 위한 권한 남용이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은 ▲이사 2인(사내이사 박재현,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의 건 ▲이사 2인(사내이사 박준석, 사내이사 장영길) 선임의 건이 부의안건으로 올라와있다. 해임 사유는 주주제안으로 명시돼 있다.

4인 연합측 가처분 신청은 상법 제402조에 명시된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에 근거한다. 특히 4인 연합은 임종훈 대표가 이사회 결의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면 의안별로 100억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 결정도 요청했다.

4인 연합은 “지난달 28일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출석주식수 58%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신규 이사로 선임되며 한미사이언스 주주 과반 이상이 4인연합 측을 지지한 것이 확인됐다”며 “임 대표 개인이 독단적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막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가 주주권을 행사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입장문을 냈다.

한미사이언스는 “어떤 법령이나 정관, 이사회규정에서도 대표이사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미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소집된 임시주총이기에 어떤 법적, 절차적 흠결도 없다”고 말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 한미사이언스

한미사이언스는 이미 지난 10월 23일 송영숙 회장의 요청으로 한미약품 이사 개임의 필요성과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 철회여부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다.

즉 당시 송 회장이 주장한 모든 내용(이사 개임 및 임시주총 철회)에 대해 적법한 표결 절차를 거쳐 부결 결정을 내렸으며, 이미 이사회를 통해 결정 난 사안에 대해 추가로 법원에 가처분신청까지 낸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대주주이자 기타비상무이사인 신동국의 경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마치 한미약품의 절대권력인양 박재현 대표에게 개인적으로 지시를 했다”며 “제약업종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한미약품의 원천경쟁력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경솔한 발언을 하는 등 회사 발전 및 성장에 반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어 해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4인 연합이 가처분신청을 통해 임종훈 대표의 의결권을 막는 이유는 상법상 이사 해임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의결권 41.41% 보유한 한미사이언스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이사가 해임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약품 주주 총회에서 지주사 이사회의 과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의결권을 대표이사가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가 향후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4인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내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만큼 형제 측이 제시한 사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규정에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주주권 행사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권리 행사 방식에 대한 법리적 다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4인 연합 측 인사인 신유철 사외이사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이기 때문에 4인 연합이 조만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소집 청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은 예상과 같이 동수로 나와 긴장감을 유지하게 됐지만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 의결권이 어떤 방향으로 사용될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날 전망이다”며 “국내를 대표하는 제약그룹이 하루 빨리 신약개발 외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혁신 기업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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