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인터넷TV(IPTV), 모바일 쇼핑의 성장으로 케이블TV와 TV홈쇼핑업계 모두 역성장의 딜레마를 겪고 있는 가운데, 양 업계간 생존을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매출의 40% 이상을 TV홈쇼핑 방송 송출 수수료(이하 방송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케이블TV업계는 가입자 감소와 TV홈쇼핑의 수수료 인하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선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IPTV 방송 수수료 인상 탓에 어려움에 빠진 TV홈쇼핑업계가 고육직책으로 부담을 케이블TV 쪽으로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홈쇼핑 방송 수수료 의존 높은 케이블TV업계, 위기 격화
6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홈쇼핑 방송 송출을 중단한 CJ온스타일이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 방송 수수료를 60% 이상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CJ온스타일은 5일 0시부터 딜라이브, 아름방송, 씨씨에스충북방송 등 3곳의 케이블TV에 홈쇼핑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TV홈쇼핑업체가 방송 송출을 끊은 건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지난 2일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가검증협의체를 만들고, 방송 수수료 협상 중재에 들어간 상황에서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이 벌어졌다. 작년에도 롯데홈쇼핑이 딜라이브와, 현대홈쇼핑이 LG헬로비전과 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빚었지만 정부 중재로 방송 송출 중단 위기를 넘긴 바 있다.
TV홈쇼핑 업계는 케이블TV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홈쇼핑 방송을 통한 매출 역시 줄고 있다는 이유로 방송 수수료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241만명으로, 2020년(약 1337만 명)과 비교해 7.1% 줄었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GS샵,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공영쇼핑 등 7개 업체의 지난해 TV홈쇼핑 방송 매출은 2조7200억원이었다. 2020년(3조900억원)과 비교하면 11.9% 줄었다. 7개 업체 전체 매출액에서 TV 홈쇼핑 방송 매출의 비중은 약 49%로 인터넷⋅모바일 쇼핑을 통한 매출액보다 적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OTT 및 모바일 쇼핑의 부상으로 케이블TV와 TV홈쇼핑 업황이 나빠지면서 생긴 갈등”이라며 “특히 한국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케이블TV 유료 방송 시청료가 매우 저렴한데, TV홈쇼핑 방송 송출 수수료로 부족한 시청료를 채우는 식으로 사업 구조를 가져갔던 게 위기를 더 키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케이블TV 방송사의 홈쇼핑 방송 수수료 매출은 731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2.24%에 달했다. 본업인 방송수신료 매출(5830억원)보다도 많았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 자회사인 LG헬로비전이나 KT스카이라이프 자회사인 HCN 같은 경우 모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홈쇼핑사들의 수수료 인하 압박을 견딜 수 있지만, 재정 상황이 안 좋은 중소 사업자들은 홈쇼핑 방송 송출 수수료를 대폭 인하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중소 사업자들이 방송 송출 수수료를 대폭 낮추면 이 가격을 근거로 다른 업체들에도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IPTV 방송 수수료 증가로 홈쇼핑⋅케이블TV 모두 위기
TV홈쇼핑 업체들도 매년 높아지는 방송 수수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방송 매출액 대비 방송 수수료 비율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이 비율은 2020년 54.2%에서 2023년 71%까지 약 1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일각에선 IPTV 가입자 수 증가보다 방송 수수료가 과도하게 걷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운영하는 IPTV의 작년 홈쇼핑 방송 송출 수수료 매출은 1조5404억원으로, 2020년(1조1085억원) 대비 약 39% 늘었다. 같은 기간 IPTV 가입자 수는 2020년 1825만 명에서 2023년 2056만 명으로 12.6% 늘었다. 반면, 케이블TV의 방송 수수료 매출은 감소했다. 지난해 케이블TV의 방송 송출 수수료 매출은 7318억원으로, 2020년(7422억원) 보다 1.4%가량 줄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케이블TV 가입자가 줄고 있고, IPTV 쪽으로 가입자가 유입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IPTV업계의 방송 수수료 협상력이 강화된 것”이라면서 “향후 통신사들이 인수한 케이블TV(LG헬로비전, HCN, 티브로드 등) 가입자들 대부분이 IPTV로 넘어가게 되면, 케이블TV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TV홈쇼핑과 케이블TV업계 모두 사면초가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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