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KT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사업을 본격화하며 한국형 AI·클라우드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과 미래인재 양성에 나섰다. 특히 한국형 AI·클라우드를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해 글로벌 기술협력과 미래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칫 국내 데이터가 MS를 통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데이터 주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MS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제(CSAP) ‘하’ 등급 인증을 획득했다.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로 CSAP 인증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인증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 한국 리전(Region)의 운영 환경에 대한 심사 결과로 민간과 금융 기업은 물론 국내 공공기관에도 안전성 및 신뢰성이 검증된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KT는 MS와 지난 9월 AI, 클라우드, IT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해 5년간 2조4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 사는 향후 5년간 ▲한국형 특화 AI 솔루션 개발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X(AI Transformation) 전문기업 설립 ▲한국 기술 생태계 전반의 AI R&D 역량 강화 ▲공동 연구 및 국내 AI 전문 인력 육성 등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KT는 ‘AICT(AI+ICT) 컴퍼니’로의 전환을 목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B2B 사업 통합 ▲전략·사업 컨설팅 강화 ▲핵심 사업 분야별 전문가 영입 확대 등을 단행했다.
KT는 B2B 사업을 총괄하는 ‘엔터프라이즈부문’과 AI 융합사업을 담당하던 ‘전략·신사업부문’을 통합하고 클라우드, AI, IT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KT컨설팅그룹’을 ‘전략·사업컨설팅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 AX 전략사업 발굴, 차세대 IT 프로젝트 이행, 글로벌 테크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GTM본부 ▲TMO본부 ▲SPA본부를 신설했다.
MS와의 협력 역시 KT의 AICT 기업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 김영섭 대표는 AI 기술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고도화해 국내 기업과 개인 고객에게 최적화된 AICT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M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어 특화 AI 모델 개발, 규제 준수형 고보안 클라우드 서비스 구축, AI 전문기업 설립 등 AI 사업 전반을 강화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과 공공·금융 시장 대상 고보안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양사는 AI·클라우드 연구를 주도할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고 글로벌 진출 및 스타트업 투자 협력과 함께 범용 인공지능(AGI) 및 초지능 인공지능(ASI)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MS와 협력해 제작할 클라우드 및 한국형 AI는 B2B가 주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며 “사업 방향이 AI 기조로 옮기면서 신설 부서 인력 충원 및 글로벌 사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MS와의 협력 과정에서 국내 데이터가 미국으로 반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데이터 주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MS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저장될 경우 미국 클라우드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KT가 축적한 데이터가 MS의 AI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통과된 ‘클라우드법’(Clarifying Lawful Overseas Use of Data Act, CLOUD Act)은 범죄 발생 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도 미국 내 일부 IT 기업의 데이터를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클라우드법은 테러, 랜섬웨어, 아동 성범죄 등 중범죄 수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지만, 자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공개 의무를 해외까지 확장할 수 있는 ‘역외적용’ 조항을 명문화한 것이 핵심이다. MS와 같은 원격 컴퓨팅 또는 전자 통신 서비스 제공업체는 보유한 이용자 및 가입자의 통신 기록과 데이터를 국내외 위치와 상관없이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달 20일 전체 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 KT와 MS 간 협력으로 인해 미국 클라우드법이 국내 데이터 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과방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클라우드 보안 인증 등의 정책으로 빅테크 기업의 국내 진출을 허용하면서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한국의 클라우드와 AI 산업이 빅테크에 잠식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과기부는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실을 통해 국내 데이터 반출은 모든 경우 국내법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클라우드법에 따른 데이터 제공은 범죄와 연루된 경우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며 외국 정부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을 때 데이터 열람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또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국내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국제형사사법 공조조약에 따라 수사 공조 절차를 따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과기부는 설명했다.
KT 역시 MS와 데이터 주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MS는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에서도 성공적으로 AI 협력 모델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며 “한국형 AI를 통해 국내 중심 AI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성급한 외부 기업과의 협력은 단기 효율성으로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회공공연구원 박재범 연구위원은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이 성공하려면 고도화된 네트워크와 숙련된 기술 인력이 필수적”이라며 “네트워크 안정성, 데이터센터 운영, 통신 기술 개발 등 핵심 기반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AI 중심 전략은 단기적 효율성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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