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 가격 듣고 눈에 불을 켰지만 혼날 줄 알고 대비한 쉐보레
GOOD
– 눈감고 타면 SUV 탔다고 말해도 믿을 정도
–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는 ‘빠꾸’없는 직관적 인테리어
BAD
– 그래도 이 가격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 트럭이라고 해도…. 주행보조 장치들은 왜 이렇게 섭섭하지
Competitors
– 기아 타스만: HDA2, 원격 주차 등 첨단 사양…. 없겠어? 없겠냐구
– 지프 글래디에이터: 얼추 비슷한 가격대와 사뭇 뭉클한 브랜드 파워
최근 한국에 출시하는 미국차들의 가격 인상 폭이 크다. 2024년 초부터 포드 머스탱,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 모두 1천만 원 이상 올랐다. 신형 콜로라도 역시 마찬가지. 2,710만 원이나 인상했다. 이전 세대 대비 57%나 상승한 것이다. 높은 사양만 도입한 점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환율이다. 환율이 2세대 콜로라도 출시 때보다 약 200원 올랐다.
신형 콜로라도는 국내에서 Z71 단일 트림으로 판매한다. 미국에서 비슷한 사양으로 구매하면 4만 9천 달러(한화 약 6,830만 원)가 넘는다. 세금이 붙지 않은 생산자 권장 가격(MSRP)이다. 이를 보면 7,810만 원이라는 가격이 나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위 트림이 없어 진입 문턱이 높은 건 아쉽다.
실용적인데 멋진 기능적 디자인
이번에 시승한 쉐보레 콜로라도는 3세대 모델로 완전 신형이다. 디자인, 크기, 엔진까지 모두 변했다. 겉모습은 높은 차체와 입체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특히 볼록 솟아 있는 보닛과 부푼 펜더가 입체감을 더했다. 그릴은 대폭 키우고 검은색으로 칠했다. 그릴 중앙 배치한 쉐보레 배지는 은은하게 빛난다. 투박한 트럭보단 스포티한 SUV 느낌이다.
측면은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것이 보인다. 앞 오버행을 줄이고 휠 하우스 공간을 키웠다. 덕분에 진입각은 29.1도까지 확장하고 휠은 35인치까지 장착할 수 있다.
사이드 미러는 가로로 길고 날렵한 디자인이다. 실제 사용하면 세로로 더 길었으면 시야 확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이드 미러 락폴딩이 안되는 것도 아쉬웠다.
리어램프는 면발광 LED를 적용했다. 이 안을 구성하는 브레이크 등과 방향지시등은 벌브타입 전구를 장착했다. 방향지시등은 빨간색으로 점등한다. 차 금액을 생각하면 LED 타입이 아닌 점이 의아하다.
적재함은 편의성이 돋보인다. 적재함 커버에는 가스리프트를 적용했다. 덕분에 손쉽게 여닫을 수 있다. 적재함 내부에는 220V 파워 아웃렛과 별도의 수납공간도 마련했다.
또한 특수 코팅으로 마감해 부식과 오염을 방지했다. 여기에 적재함 발판과 적재함 커버 안쪽에 치수를 새기는 등 세밀함도 볼 수 있었다.
실내는 직관적인 구성이 특징이다. 물리 버튼을 적극 활용했다. 실내 중앙에는 11.3인치 화면을 거치형으로 장착했다. 화면 위치가 높아 시인성이 좋았다. 화면을 구성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선명한 그래픽과 빠른 반응속도를 보였다. 또한 오프로드 기능, 폰 프로젝션, 카메라 등 자주 사용하는 버튼은 화면 왼쪽에 배치했다. 카메라는 다양한 각도를 지원한다.
특히 트레일러와 하부 카메라가 인상적이다. 워셔액으로 카메라 세척도 가능하다. 다만 자체 내비게이션은 없다. 무선 폰 프로젝션을 지원해 이에 대한 큰 불만은 없었다.
11.3인치 화면 아래에는 공조 조작과 주요 버튼을 배치했다. 모두 물리 버튼이라 직관적이고 사용성이 매우 좋았다. 기어 레버와 구동 모드 전환도 물리적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운전하며 화면을 조작할 일이 적다.
실내 소재는 플라스틱과 우레탄 위주로 구성했다. 대부분 딱딱한 촉감이다. 색상은 검은색과 빨간색이 조화를 이룬다. 시트는 푹신한 편이고 몸을 잡아주는 느낌은 적다. 열선, 통풍, 전동 시트를 적용해 편의성이 좋다. 시트 포지션은 높다.
2열은 협소하다. 머리, 다리 공간 모두 좁다. 또한 내릴 때 B필러에 다리가 걸린다. 장거리 이동에는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 그래도 2열 편의 사양은 많다. 암레스트, USB 포트, 공조장치, 220V 파워 아웃렛도 장착했다. 적재함과 실내 사이에 작은 쪽창까지 마련했다.
트럭이지만 대형 SUV와 별 차이 없는 주행감
3세대 콜로라도 파워트레인은 2.7L 4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54kg.m를 발휘한다. 냉간 시 시동을 거니 차체 진동이 가솔린 엔진의 것과는 다르다. 유독 공회전 시 진동이 마치 디젤의 것처럼 도드라진다.
초기 발진은 준수했다. 높은 토크 덕분에 시내 주행에서는 rpm을 높게 쓸 필요 없었다. 고속에서도 꾸준한 가속 성능을 보였다. 변속은 부드럽고 나긋하다. 트럭임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차분한 변속속도를 낸다. 브레이크 페달의 초반 답력은 약하지만 깊어지며 힘이 배가되는 설정이어서 적응이 쉽다. 트럭에 짐을 가득 싣더라도 제동에 불안감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시승 내내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방음 대책과 승차감이었다. 트럭을 시승하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쉐보레 콜로라도는 올터레인 타이어를 꼈다.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노면 소음을 잘 억제했다. 100km/h가 넘는 속도에서도 조용하다. 두꺼운 유리를 장착해 풍절음도 잘 막았다.
특히 더욱 인상적이었던 점은 승차감이다. 전지형 타이어와 바디 온 프레임 차체 그리고 판스프링 서스펜션. 심지어 적재함에 짐도 싣지 않은 공차 상태다. 승차감을 좋게 만들 요소는 무엇하나 없는 조합이다. 그럼에도 저속에서 과속 방지턱, 장애물을 넘으면 넘실대며 꽤 부드럽게 넘어간다. 상하의 움직임이 매우 적은 것이 특징이다.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좋다. 80km/h~120km/h 고속 주행 시 차체 움직임이 크지 않아 출렁거리는 느낌, 불안정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코너에서도 동일했다. 여기에 스티어링 감각도 부드럽고 가운데 유격이 없는 것도 좋았다. 장시간 주행하면 트럭을 몰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
물론 일부 구간에서는 트럭의 한계가 보인다. 30km/h 이상으로 방지턱을 넘거나 고속에서 포트홀 지날 때 몸에 힘을 빼고 있으면 헤드레스트에 뒤통수가 부딫친다. 특히 연속적인 요철이나 고르지 못한 노면을 지날 때 차체 진동이 크다.
주행 보조 장치는 한 세대 전 기능이라 느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 장치, 보행자 인식 등 다양하지만 앞차와 간격이 한없이 넓다. 또한 차선 중앙 유지도 없다.
이번 올 뉴 콜로라도를 시승하면서 승차감, 편의 기능 크게 하나 부족한 점 없었다. 오래 주행하고 있으면 SUV를 몰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다. 2,710만 원이라는 높은 인상 폭에도 충분한 매력을 느꼈다. 실제 쉐보레는 초기 물량 400대를 완판하고 추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새로운 국산 픽업트럭이 등장해도 이런 인기가 유지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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