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세대 교체가 가속화되면서 오너 3·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젊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내수 침체 등 복합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젊은 오너들의 경영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는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내년도 사업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고금리·고환율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이번 정기 인사 초점은 하나 같이 세대 교체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맞춰졌다.
각 사 오너 3·4세도 이번 인사에서 승진하며 그룹의 간판으로 부상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22년 롯데케미칼에서 임원으로 진급한 이후 3년 연속 초고속 승진이다. 보직 이동 없이 직급만 승진 시키면서 신 부사장 리더십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신 부사장은 본격적으로 신사업·글로벌사업을 진두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룹 핵심 축이었던 유통·화학이 동반 부진한 데다 호텔(면세)·식품도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래성장실장 2년차를 맞아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창출해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시점이다.
GS리테일은 그룹 4세인 허서홍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허 신임 대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장남으로 허태수 GS그룹 회장 5촌 조카다. 지난 2005년 GS홈쇼핑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해 그룹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쳤고 지난해 말 GS리테일 경영전략서비스유닛(SU)장으로 합류해 경영지원·전략·신사업 등을 총괄해왔다.
허 신임 대표는 GS 지주에서 미래사업팀장을 맡는 등 신사업 추진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편의점·슈퍼·홈쇼핑 등 주력 사업 성장성이 점차 떨어지는 만큼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라이벌 BGF리테일 홍정국 부회장과 40대 젊은 오너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화그룹 3세 김동선 부사장은 ‘미래비전총괄’이라는 직함을 바꿔 달으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단순 신사업을 넘어 회사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이다. 유통·호텔(서비스)를 넘어 외식·로봇·건설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도 세대 교체를 가속하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은 이번 인사에서 상무에 오른 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장녀 신수정 음료마케팅팀 담당 책임 또한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승진했다. 글로벌 비전 달성을 위한 신성장 동력 개발, 사업 다각화를 진두지휘한다.
CJ그룹 4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은 이번 인사에서 변동이 없었지만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장남 이선호 실장은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헝가리·미국 생산 공장 설립에 8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성장성이 높은 해외 사업에 탄력을 붙이는 모습이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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