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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깊이 85㎝의 인공 수로 장애물을 건너자 발 밑으로 차 바닥을 치는 물결이 느껴진다. 창문 밖으로 사방을 덮친 물이 실내로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이에 차량은 아무런 문제 없다는 듯 유유히 길을 빠져 나갔다.
최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 있는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메르스데스벤츠 G바겐의 첫 순수 전기차인 G580 위드 EQ 테크놀로지(G580)를 직접 경험했다. G580은 내연기관 모델보다 15㎝ 더 깊은 물길을 건너는 등 더욱 강력한 힘과 성능을 발휘했다. 올해로 45년을 맞은 정통 오프로더 차량에 전동화 기술을 더한 결과다.
G바겐으로 불리는 G클래스는 벤츠 라인업 중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당초 군용차로 개발돼 1979년 어떤 주행 환경도 뚫고 지나는 크로스컨트리 차량으로 탄생한 이래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기준 글로벌 누적 생산 5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오프로더의 기준으로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전기차인 G580은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오토차이나’에서 최초 공개된 이후 약 7개월 만에 한정판 모델로 국내에 상륙했다. 일반 모델은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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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80은 전동화 모델만의 오프로드 특화 기능을 갖춘 점에서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차이를 보인다. 제자리에서 최대 두 바퀴(720도)를 회전하는 ‘G턴’이 대표적인 예다. 이 기능을 켜고 회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고 가속 페달을 밟자 G580은 순식간에 차체를 돌렸다. 차량 앞으로 통과할 수 없는 장애물을 맞닥뜨릴 때 이 기능을 활용해 빠르게 우회할 수 있다. 차량 한쪽 바퀴가 다른 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G스티어링’은 회전 변경을 크게 줄여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좁은 공간을 통과할 수 있다. 다만 오프로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는 차량 손상 등의 문제로 G턴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오프로드용 크루즈 컨트롤인 ‘지능형 오프로드 크롤 기능’도 돋보였다. 한눈에 봐도 아찔한 32도 경사의 오르막길에서 이 기능을 작동하자 3톤 넘는 육중한 차량은 서서히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때 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움직인다. 운전자는 주변 지형이나 장애물 등을 살피며 조향에만 집중하면 된다. 경사로 중간에서 차를 멈추고 다시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G580은 뒤로 주춤하지도 않고 계속 전진했다. 속도는 시속 2~8㎞로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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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모델이기에 가능한 기술들이다. G580은 216개 셀로 구성된 2단 구조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배터리는 강철 사디리형 프레임에 통합해 차량의 무게 중심을 낮췄다.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 발생 가능한 지면 충격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탄소 등 혼합 소재로 만든 하부 패널도 있다. 이에 따라 G580은 적정 노면에서 최대 100%의 등판 능력을 보여준다. 기존 G클래스 모델(최대 80%)보다 20%가량 개선된 것이다. 배터리 용량은 118㎾h로 한번 충전으로 최대 392㎞(국내 인증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전동화 모델이지만 G바겐의 정체성은 유지했다. 각진 실루엣과 동그란 헤드라이트 등 특유의 디자인 요소를 계승했다.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과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A 필러와 살짝 높아진 보닛 등은 새롭게 적용했다. 차량 뒷부분에는 스페어 타이어 대신 충전 장치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적재 공간으로 바뀌었다. G로어는 가속을 할 때 내연기관 모델과 같은 엔진 소리를 제공해 재미를 더한다.
실내에서도 오프로더 감성을 느낄 수 있다. G580은 ‘오프로드 콕핏’을 새롭게 적용했다. 운전석 전면 화면에는 지평선과 위치, 나침반, 고도, 스티어링 각도 등 정보가 제공된다. 차량은 360도 카메라와 연동해 중앙 화면으로 운전자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원형 모양의 통풍구와 승객용 좌석 손잡이는 전형적인 G클래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한정판 물량은 총 70대로 판매 가격은 2억 39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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