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Stellantis)의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지프의 판매량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프는 2019년 글래디에이터(Gladiator) 출시 이후, 2년여 만에 미국에서만 약 9만 대를 판매되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도 잠시 지프를 포함해 스텔란티스의 거의 모든 브랜드 및 모델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판매 감소를 기록하고 있으며, 딜러 매장에 재고가 넘쳐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글래디에이터 판매량은 2019년 약 4만 대, 2020년 약 7만 7,540대, 2021년 약 8만 9,700대, 2022년 약 7만 7,860대, 2023년 5만5,190대로, 2020년 정점을 찍은 후 판매량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미국 내 지프의 연간 판매량 또한 2019년 약 92만 대, 2020년 약 80만 대, 2021년 78만 대, 2022년 68만 대, 2023년 61만 대로 감소세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지프 연간 판매량은 2021년 1만 대를 기록한 후, 2022년 4,768대로 판매량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에 대해 SUV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지프의 인기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 상승, 정확히는 고객의 구매력을 초과한 가격대 설정이라는 의견이 많다.
합병 이후 운영 전략 잘못 정해
2021년 1월, 스텔란티스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자동차(Fiat Chrysler Automobiles, FCA)와 푸조 시트로엥 그룹(PSA Group)과의 합병을 진행하였다. FCA는 지프와 램 등의 브랜드를 통해 SUV와 픽업트럭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고, PSA Group은 소형차와 전기차 부문에서 경쟁력이 높았기 때문에 해당 협력 관계가 각 분야의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합병 이후, 스텔란티스는 고가의 부품과 기술을 탑재해 더 높은 가격과 큰 수익을 내는 일부 차량을 집중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지프 글로벌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는 글래디에이터 트림 중 4만 달러(원화 약 5,600만 원) 이하의 모델은 찾기 힘들며, 일부 딜러 매장에서는 7만 2,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스텔란티스 차량의 미국 평균 판매 가격은 5만 8,000달러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인 링컨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산 축소와 해고 문제로 노조 반발
계속되는 판매 저조로 스텔란티스는 램의 픽업트럭 생산을 중단하고 직원 1,200명을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노조와 딜러 협회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졌다. 스텔란티스 미국 딜러 협회 대표 케빈 패리스는 한 인터뷰에서 “직원 감축과 생산 축소는 잘못된 선택이며, 공장을 폐쇄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생산량이 줄면 상황이 더 악화될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텔란티스 측은 재고 과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2024년 3분기 후반부터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스텔란티스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파업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한 점으로 보아 한동안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텔란티스와 노조, 딜러의 갈등이 점점 커지는 와중에도 지프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프의 가치를 높이 샀던 기존 고객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스텔란티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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