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들이 올 4분기 환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커지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제조업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 지출 부담이 커지지만, 게임업계는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외화 현금, 매출 채권 등 외화자산의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달러 가격이 내려갈 확률은 희박하다. 1400원 언저리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 펄어비스·크래프톤·넷마블, 해외 매출 비중 높아
25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사들은 정기 공시를 통해 환율 등락에 따른 영향을 기재한다. 엔씨소프트는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오르면 625억2463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는 환율이 5% 오르면 각각 584억5256만원, 152억1563만원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들은 달러 가격이 비싸질수록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낼 수 있다. 크래프톤의 올 상반기 해외 매출은 1조2925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3729억원)의 94%를 넘는다. 같은 기간 넷마블의 해외 매출은 1조756억으로, 전체 매출(1조3674억원)의 78%를 차지했다. 펄어비스의 해외 매출액도 1358억7100만원으로, 전체매출(1662억3400만원)의 81%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많은 탓에 게임사들이 보유한 외화자산도 많다. 올 상반기 기준 펄어비스의 외화자산 3843억원 가운데 81%(3134억5791원)가 달러였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는 외화자산(달러) 약 9229억원을, 크래프톤은 약 1조572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은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다”면서 “이용자들이 현지화로 결제를 하기 때문에 환율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달러 가격이 하락하면 외화자산 비율이 높은 업체들은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올 3분기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변동 폭이 컸던 만큼 일부 게임사들은 영업외손실을 봤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보유한 외화자산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올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환율 영향으로 영업외손실이 발생해 1214억원으로 42.6% 줄었다고 설명했다. 네오위즈 역시 올 3분기 실적 하락의 원인에 대해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 환산손실’ 탓이라고 밝혔다. 네오위즈의 올 3분기 매출은 931억원, 영업이익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68%씩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14억으로 적자 전환했다.
엔씨소프트도 올 3분기 적자전환의 원인 중 하나로 ‘환율’을 꼽은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졌던 2019년에도 직전년도 대비 매출은 1%,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2%, 15% 줄어든 바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기업들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헤지 상품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수수료 부담 탓에 그 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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