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스름한 조약돌은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각진 형태가 아니라 안정감도 느껴진다. 표면이 매끄러워 만져보면 촉감도 좋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리 만나본 ‘아이오닉 9’에서 이 같은 온화한 분위기의 조약돌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날렵한 외형에 광활하게 펼쳐진 실내는 안락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날 아이오닉 9 디자인을 소개한 사이먼 로스비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아이오닉 9 실내는 조약돌의 순수함을 표현한 결과물”이라며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형적인 SUV에서 벗어나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해 다재다능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신차 디자인은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측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 위를 재빠르게 가로지르는 보트가 연상되는데 후면으로 갈수록 루프라인이 낮아지는 형태의 보트 테일 구조를 활용해 기능적으로 아이오닉 9 공기 흐름을 원할하게 만들었다. 현대차는 이를 ‘에어로스테틱’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표현했다. 공력의 미학을 담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면 범퍼 하단에는 공기 흐름을 돕는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 같은 에어로스테틱 덕분에 아이오닉 9의 공기 저항 계수는 세단 수준과 맞먹는 0.26까지 낮아졌다.
특히나 매끄러운 실루엣 속 사선 하나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아이오닉 9은 2열 도어에 위치한 사선을 기준으로 인상이 확 달라진다. 사선 뒷쪽으로는 단단한 허벅지를 연상시키는 볼륨을 넣어 이 차의 잠재된 힘이 느껴지도록 했다. 사이먼 로스비 전무는 “사선은 한국 전통문화와 관련이 깊다“며 ”선 하나로 한국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가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역사와 음악, 패션에 대한 이미지들을 구해 벽에 붙여놨는데 그중 한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한글의 ‘ㅁ’으로 보이는 램프 디자인의 파라메트릭 픽셀도 한국적 요소를 표현하는 장치“라고 덧붙였다.
파라메트릭 픽셀은 아이오닉 전체 제품군의 상징으로 꼽힌다. 아이오닉 9에서는 보다 세련된 파라메트릭 픽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면부 보닛 바로 아래 좌우로 길게 뻗은 주간주행등과 세로형 헤드램프에는 픽셀 램프가 적용돼 아이오닉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픽셀 후미등은 테두리 전체를 감싸고 있어 차체의 웅장함을 배가시켰다.
앞권은 실내다. 제원(전장 5060mm·전폭 1980mm·전고 1790m)으로 보면 국산차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EV9보다 전장 50㎜, 전고 35㎜, 휠베이스 30㎜가 각각 길어졌다. 그런데도 밖에선 차체 크기가 커보이지 않아 대형차가 주는 부담을 덜었다. 막상 실내로 들어오면 고급 호텔 거실처럼 넓게 펼쳐진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무엇보다 시선에 거슬리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모든 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돼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줬다. 적당히 푹신한 시트는 아이오닉 9의 안락함을 완성한다.
다양한 좌석 옵션을 마련한 것은 이 차의 핵심 가치다. 브라이언 할그렌 현대차 미국법인 전무는 ”최대 7명의 성인이 탑승할 수 있는 넓은 실내 공간으로 누구나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며 ”개인화에 맞춰 설계된 신차는 타인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차“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용도에 따라 6인승이나 7인승을 선택할 수 있다. 7인승 구성에서는 2열에 벤치 좌석이 제공되고, 6인승은 개별 시트가 들어간다. 1열에는 편안한 휴식 자세를 돕는 릴렉션 시트와 레그 레스트를 비롯해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를 적용했다. 2열은 릴렉션 시트, 마사지 시트, 스위블 시트, 6대4 분할 폴딩 시트 4가지로 구성됐다.
브라이언 할그렌 전무는 ”우리는 차량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훨씬 더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다리 공간과 머리 공간을 확장했다“며 ”유연한 실내 공간과 좌석을 통해 친구와 가족과 함께 시간을 즐기면서 일상 활동 중에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스위블 시트를 180도 회전하면 2열과 3열 승객이 서로 마주보며 앉을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승객 간의 상호작용과 소통을 향상시키고 차량의 다양한 공간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회전 의자를 90도 돌리면 어린이용 좌석을 쉽게 설치할 수 있고, 차량에 타고 내릴 때 더욱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3열의 경우 키 대한민국 평균 체형 성인 남성 둘이 앉아도 비좁지 않았다. 2열 좌석에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도 3열 무릎공간이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여유로웠다.
효율적인 공간의 활용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오닉 9에 적용된 유니버설 아일랜드 2.0은 최대 190mm까지 후방 이동이 가능하다. 전방과 후방에서 모두 열 수 있는 양방향 암레스트를 통해 2열 승객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적재공간은 3열을 접으면 908ℓ로 확장된다. 3열을 유지해도 골프백 두 개 공간이 충분히 확보된다. 여기에 전면 프렁크(88ℓ)까지 활용할 수 있다.
브라이언 할그렌은 ”넉넉한 트렁크와 전면 프렁크까지 더해지면서 가족이 일상 활동이나 장기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휴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실내 소음을 최소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기본으로 2중 접합 차음 유리가 들어가고,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캡슐화해 엔진의 각종 소음을 단속했다. 또 풍절음이나 노면에서 올라오는 잡음을 막기 위해 모든 도어 주변에 트리플 씰을 적용시켰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또, 소음 흡수에 특화된 타이어를 선택해 저소음에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조용한 실내에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사운드 시스템은 5.1채널 서라운드와 무선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프리미엄 보스 14스피커 시스템을 제공한다. 또한 가상 주행 사운드(e-Active Sound Design) 시스템도 통합돼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장거리 여행 시 특히 유용하다. 아이오닉 9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32km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거리는 효율적인 추진 시스템과 낮은 저항 타이어, 유선형 공기 역학 및 경량 알루미늄 차체 구성 요소와 결합된 110kWh 배터리로 가능하다. 차량은 350kW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테슬라 충전소가 많은 미국에서는 아이오닉 9도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충전 규격도 맞췄다.
아이오닉 9은 항속형과 성능형 모델로 나눠 운영될 예정이다. 후륜 모터 기반 2WD 항속형 모델은 최고출력 160kW, 최대토크 350Nm이다. 4WD 항속형 모델이 최고출력 226kW, 최대토크 605Nm을 달성한다. 4WD 성능형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315kW, 최대토크 700Nm의 성능을 갖췄다.
아이오닉 9에는 사고를 예방하고 운전 작업을 쉽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최신 ADAS 기술이 탑재된다. 강화된 카메라와 레이더는 HDA(Highway Driving Assist) 기능에 차선 변경 시간을 개선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을 때 차량 내부 카메라를 사용해 비상 정지 및 자동 SOS 호출을 수행합니다. 차량은 안전하게 감속해 정지하고, 문을 잠금 해제하고,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이와 함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자는 최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Fod(Feature on Demand) 기능을 구매해 차량을 더욱 개인화할 수 있다. 여기에는 디스플레이 테마, 사용자 지정 조명 패턴 및 스트리밍 서비스가 포함된다. 홈 가상 비서 와 유사한 현대차 AI 음성 인식 시스템은 버튼 하나만 터치하면 활성화된다.
아이오닉 9은 내년 초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해 글로벌 무대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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