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 신규 백신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고됐다.
모든 백신들이 이전보다 혈청형 수를 늘려 등장했으나 제품별로 뚜렷한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내년 출시될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화이자제약의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20’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이로써 프리베나20은 이전까지 가장 많은 혈청형 수를 자랑하던 한국MSD의 ‘박스뉴반스’와 경쟁이 예고됐다.
폐렴구균은 재채기나 기침 등 비말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며 균혈증을 동반하지 않은 폐렴, 급성 중이염, 부비동염 등 비침습성 폐렴구균 질환(NIPD)과 균혈증을 동반한 폐렴, 뇌수막염 등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으로 나타난다.
소아는 NIPD 발생률이 더 높으며 IPD는 비교적 발생률은 낮지만 치명률이 높다는 특징을 갖는다. 2023년 기준 폐렴구균성 폐렴으로 진료 받은 국내 환자 중 50%는 5세 미만의 소아였다.
프리베나20은 기존 한국화이자제약에서 공급하던 프리베나13에서 7가지 혈청형(혈청형 8, 10A, 11A, 12F, 15B, 22F, 33F)이 추가된 신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이다. 해당 제품은 생후 6주에서 18세 미만의 영아, 어린이 및 청소년과 18세 이상의 성인에 해당되는 연령에서 접종 가능하다.
화이자가 프리베나20에 대해 생후 42~98일의 건강한 유아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한 결과 프리베나20 3회 접종 1개월 후 프리베나13의 13가지 공유 혈청형(혈청형 1, 3, 4, 5, 6A, 6B, 7F, 9V, 14, 18C, 19A, 19F, 23F)에 대해 측정한 결합항체가(IgG) 기하평균 농도(GMC) 대비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혈청형 3을 제외한 추가 7가지 혈청형(8, 10A, 11A, 12F, 15B, 22F, 33F)과 13가 백신(PCV13) 혈청형의 가장 낮은 IgG GMC를 비교한 임상에서도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동일한 접종 일정으로 투여한 프리베나13과 비슷하게 관찰됐다.
MSD가 개발한 박스뉴반스는 생후 6주 이상 전 연령에서 총 15가지 폐렴구균 혈청형(1, 3, 4, 5, 6A, 6B, 7F, 9V, 14, 18C, 19A, 19F, 22F, 23F 및 33F)을 갖추고 있다. 프리베나20이 경쟁할 박스뉴반스는 올해 4월 NIP에 포함돼 전국 병·의원에서 무료 접종이 가능한 백신이다.
NIP 접종 대상은 생후 5세 미만 영아와 12세 이하 소아청소년으로 아직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을 접종하기 전이거나, 접종을 시작했지만 스케줄을 완료하지 않은 소아까지 모두 포함된다.
박스뉴반스 역시 성인 또는 영아,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총 12건의 임상 연구를 통해 기존 PCV13 대비 13개 공유 혈청형의 면역원성의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특히 MSD 측은 소아에서 치명적인 침습성 질환을 유발하는 혈청형 3번이 기존 폐렴구균 백신 접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보고됨에 따라 해당 혈청형 예방에 대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있었는데 박스뉴반스는 혈청형 3번에 대해 PCV13 대비 우월한 면역원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각 제품만이 담고 있는 혈청형과 더불어 한국 폐렴구균 감염 상황에 자사 백신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이달 프리베나20 간담회에 참석한 박수은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014년 1월부터 2019년 12월에 진행된 국내 소아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감시 연구에 따르면 168사례에서 빈번하게 분리된 혈청형에 10A(23.8%, 40례)가 포함됐다”며 “10A로 분리된 균주의 95%가 ST11189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었고, 다제내성균(MDR)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8~2021년 7월 사이 발생한 국내 소아청소년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혈청형(67균주) 중 가장 빈번한 10A(20례), 15B(6례)를 포함해 프리베나20에 해당하는 혈청형 20가지의 혈청형 비율은 약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박스뉴반스는 혈청형 10A와 15B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즉 프리베나20은 박스뉴반스에 비해 면역 범위가 넓으며 다제내성균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MSD는 혈청형 개수가 많을수록 면역원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존재한다며 박스뉴반스가 기존 백신 대비 높은 면역원성을 보인다고 강조한다.
박스뉴반스 간담회에 참여한 강현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3가 백신 도입 이후 IPD 발생률은 크게 감소했지만, NVT IPD 발생률은 큰 감소가 없었다”며 “국외의 경우 IPD 주요 원인 혈청형은 3, 22F, 33F였으며 국내외 모두 NVT IPD 발생이 13가 백신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MSD는 박스뉴반스를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면역원성 표준에 부합한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WHO는 혈청형별 면역원성 기준으로 ‘IgG concentration 0.35 μg/㎖ 이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스뉴반스는 국내 영·유아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을 통해 1차 면역원성 평가지표에서 15가지 혈청형 모두 0.35 μg/mL 이상으로 나타난 대상자 비율이 95% 이상인 것을 확인했다.
MSD 관계자는 “박스뉴반스는 안전한 소아 접종을 위해 국내 소아에 대한 면역원·안정성 확인을 별도로 진행했다”며 “나라와 인종마다 역학과 접종에 따른 영향이 다르므로 각 나라별 임상을 통해 면역원성과 안정성을 확인하는 임상을 진행했는지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NIP에 포함된 박스뉴반스가 경쟁적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프리베나20이 NIP를 획득하게 될 때 진짜 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떤 백신이 더 좋다고 말하기 불필요할 정도로 두 제품 다 좋은 백신이다”면서도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안전성 높고 소비자가 원하는 백신이 인기를 끌기 때문에 추후 프리베나20의 NIP 획득 여부에 따라 진검승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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