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난임을 발생시키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최근 의료계에서 보조생식술이 발달하면서 임신율을 효과적으로 상승시키는 요법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난임 치료법은 바로 ‘프로게스테론’ 질좌제를 활용한 황체기 보강요법이다.
이에 IT조선은 세계적인 난임 권위자인 티모시 차일드(Timothy Child)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를 만나 난임의 주요 원인 및 치료법, 황체기 보강 요법의 중요성, 프로게스테론 질좌제의 효과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티모시 차일드 교수는 옥스포드 대학교 여성 및 생식 건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년 이상 생식의학 분야의 연구와 교육에 헌신해온 글로벌 난임 전문가다. 2013년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의 불임 치료 가이드라인(Fertility Guidelines) 개발에 참여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 임상 배아학 석사 과정 교육 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2020년에는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 이사회 임원으로 임명됐으며 현재 ‘과학 및 임상 발전 자문 위원회(SCAAC)’ 의장을 맡고 있다. 차일드 교수는 세계 최초의 가상 난임 클리닉인 ‘어프리시티 퍼틸리티(Apricity Fertility)’ 최고 의료 책임자인 동시에 영국 난임 자선 단체인 더 퍼틸리티 얼라이언스(The Fertility Alliance)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차일드 교수는 체외 수정(IVF)을 비롯한 생식 의학 분야의 연구를 주로 진행하며 환자와 기증자에게 최고 수준의 치료, 안전,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IVF 분야의 다양한 연구와 혁신에 기여해 2021년 유럽 생식학회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다.
우선 차일드 교수는 현대인 사이에서 난임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부적절한 생활습관’을 꼽았다.
차일드 교수는 “현대 남성, 여성 모두 일상생활 중 임신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생활습관으로 몸 상태를 망치고 있다”며 “비만, 흡연, 음주를 비롯해 넓게는 환경호르몬 문제까지 건강한 임신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트린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임신을 시도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난소 기능 저하와 질 좋은 난자의 비율 감소가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35세 이상의 여성이 6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임신을 시도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면 난임 검사를 받도록 권장된다.
차일드 교수는 “연령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35세 이상 여성은 아무래도 이전 나이 때보다 난자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남성의 경우 정자 수가 낮아지고 정자의 활동성(motility)도 급격히 감소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난임 환자들은 직장 생활과 치료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일드 교수는 프로게스테론은 난임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난임 치료를 위한 보조생식술에서 배아 이식 후 착상을 돕기 위한 과정으로 황체기 보강을 시행한다. 이 보강법은 자궁내막의 수용성을 높이고 임신 유지에 기여한다.
차일드 교수는 “정상적인 황체 기능은 배아 착상을 위한 자궁 준비와 자궁내막 안정화에 필수적이며, 황체화 호르몬의 신호가 없을 경우 기능 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로게스테론 보충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프로게스테론 질좌제는 황체기 보충요법의 핵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질 내 투여 방식으로 사용하는 이 요법은 자궁내막의 변화를 촉진하고, 경구 제형에 비해 생체 이용률이 높아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NICE 가이드라인에서도 프로게스테론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태아의 발달을 지원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일드 교수는 “황체기 보충요법인 프로게스테론 질좌제는 부작용없는 안전한 약물”이라며 “한국에서 시험관아이시술로 불리는 IVF를 시행할 때 자궁 내 착상을 극적으로 돕기 위해 프로게스테론 질좌제 사용은 표준 요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IVF는 현대 의료계에서 난임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우수한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차일드 교수는 난관 폐쇄증, 무배란, 정자 감소증 등의 이유와 상관없이 IVF가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영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IVF 시행시 프로게스테론 질좌제를 활용한 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IVF 시술은 황체기 보강(LPS) 요법이 반드시 시행돼야 하는데 이때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면 유산 확률도 낮출 수 있다.
또 차일드 교수는 인공지능(AI) 발전이 난임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차일드 교수는 “최근 난임 클리닉에서는 15분마다 촬영한 이미지를 통해 최고의 배아를 선정하는데 AI를 활용한다”며 “바쁜 직장인 여성과 상담하거나 의료 현장에서 진료를 기록할 때도 AI의 도움을 받아 의사의 결정을 돕고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차일드 교수는 IVF 시술 주기별 효과 높은 배란 유도제와 최적의 약물 용량 등을 탐색하는데 AI를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추후 AI가 생존 가능성이 높은 정자를 찾는데도 활용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차일드 교수는 난임 부부들에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게된 정보를 믿지 말고 최대한 전문가와 난임 문제를 상담할 것을 권유했다.
차일드 교수는 “난임으로 고통받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과 조급함이 생겨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가 전달하는 공신력 없는 내용을 믿고자 한다”며 “난임 전문가를 통해 진료받고 최적의 치료법으로 더 늦기 전에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서구권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 최근 매주 1시간씩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해 난임으로 여러움을 겪는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며 “아는 것이 힘이란 말처럼 전문 의료인을 정보를 통해 최상의 결정을 내려야 난임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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