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대만 TSMC의 내년도 설비 투자 예상치가 최대 380억달러(약 53조원)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TSMC는 2㎚(나노미터, 10억분의 1m) 첨단 공정뿐만 아니라, 첨단 패키징(CoWoS) 설비 투자 확중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인 첨단 패키징 생산 능력 확대로 경쟁 기업과의 점유율 격차를 벌릴 방침이다.
18일 대만 경제일보는 “내년 TSMC는 전 세계 10개 신규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며, 시설 투자액은 340억(약 47조4600억원)~380억달러(약 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기존 예상치인 320억∼360억달러 대비 최대 18.7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2022년(362억9000만달러)의 설비 투자액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도 TSMC 설비 투자의 핵심은 2㎚ 공정과 첨단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반도체를 완제품 형태로 제조하는 첨단 패키징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될 전망이다. 경제일보는 “내년 신규 공장 10개 중 7개는 2㎚ 공정으로 발전할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씨티증권에 따르면, TSMC의 내년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9만~10만장으로 올해보다 최대 3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TSMC의 첨단 패키징인 CoWoS는 2.5차원(D) 패키징 기술을 의미하는 회사의 브랜드명으로, 2개 이상의 반도체 칩을 웨이퍼 상에서 상호 연결한 뒤 패키지 기판에 올리는 공정이다. 단순히 칩을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을 넘어, AI 가속기 플랫폼에 탑재되는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를 입체적으로 쌓아 올린 뒤, 전류 흐름 속도를 높여 성능을 큰 폭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뿐만 아니라, 애플 맥북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 ‘M 시리즈’도 이를 통해 최종 생산된다. TSMC는 2.5D를 넘어 3D 형태로 패키징하는 기술도 개발해 양산에 적용할 계획이다.
TSMC의 첨단 패키징 제조 역량은 엔비디아 등의 AI 가속기와 애플의 CPU 등을 사실상 독점 생산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빅테크 기업의 시스템 온 칩(SoC) 설계가 복잡해지고 크기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 탑재되는 칩들을 상호 연결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패키징 기술이 파운드리 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TSMC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I-Cube라는 명칭의 2.5D 패키징 기술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부터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패키징 기술은 고객사의 SoC 설계에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만큼 오랜 기간 엔비디아와 AMD, 애플 등과 패키징을 위한 설계 및 제조 기술을 협업해 온 TSMC의 기술력을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 2012년 첨단 패키징 공정을 개발해 양산에 도입한 TSMC는 현재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와 AMD, 애플 등의 제품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첨단 공정 분야에서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패키징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기도 용이한 환경이다.
김학성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한양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센터장)는 “칩의 전기적 신호를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의 핵심 소재인 솔더볼의 크기가 작아지고, 개별 칩의 성능도 고도화되면서 이를 결함 없이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 난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첨단 패키징은 고객사의 칩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기술 역량을 제고하는데, 오랜 시간 빅테크 기업들과 협업해 온 TSMC에 수주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TSMC는 2㎚ 선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 생산 능력을 확대해 경쟁 기업과의 점유율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패키징 업계 고위 관계자는 “TSMC는 고객사와 사전 협의 없이 기술을 개발하지도, 시설 투자도 단행하지 않는다”며 “2㎚ 공정과 첨단 패키징 설비 확충에 대한 고객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제품에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수요에 맞춰 설비도 확충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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